李圭用 < 환경부 차관 lky1030@me.go.kr >

몇 해 전부터 '웰빙'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작은 먹는샘물(생수)을 든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웰빙의 라이프 스타일은 물조차도 수돗물이 아닌 돈을 주고 사먹는 문화로 변하게 했다.

물이 처음 상품화됐을 때 '누가 물을 돈 주고 사먹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누구도 물을 사먹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이미 웰빙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우리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은 상수원에서 취수된 물을 수돗물 공장인 정수장에 보내 매우 깨끗하게 만든 다음, 땅 속 관로를 통해 각 가정으로 공급된다.

수도권 주민 2300만명에게 하루 360만t의 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인 팔당호는 그 규모나 수질로 보더라도 유럽연합,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유럽에서는 수돗물 속에 석회질이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물을 사서 마신다.

반면 우리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은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깨끗하고 안전하다.

또한 국내 수돗물에는 칼슘,마그네슘,칼륨,철분 같은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도 적절히 함유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수돗물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자랑하던 우리나라는 현재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이 2%가 채 안되며,끓여서 마시는 사람까지 포함해도 44%에 그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불신(不信)이 수돗물을 외면케 한 것이다.

이러한 불신의 벽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고자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맛있는 수돗물' 만들기 프로젝트에 나섰다. 맛있는 수돗물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수돗물의 맛 향상이 목표다.

삶의 질 향상으로 국민들은 위생과 안전을 넘어서서 이제는 맛있는 물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현재 수돗물의 냄새와 맛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소독약인 염소를 줄이고 대신 자연의 물맛을 내는 수돗물을 생산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생명수인 수돗물의 매력을 되살려 다시금 사랑받는 수돗물로 태어나고자 한다.

전국을 휩쓸었던 장마가 지나고 뜨거운 햇살이 세상의 물기를 앗아가며 다시금 무더위가 찾아왔다.

일을 하다가도,길을 걷다가도 목마름이 우리를 더욱 힘겹게 한다.

어릴 적 체육시간이 끝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수돗가에 모여 마른 목을 축이던 기억을 되살리며 수돗물에 목을 축여보자.

너무 민감하게 수돗물의 수질에 의심을 품을 이유가 없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정수기를 못 달았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자원낭비를 부추길 뿐이다. 불신의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수돗물을 바라보자. 언제 어디서든 갈증 난 우리의 목을 축일 수 있는 진정한 웰빙수(水)가 되도록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