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빈곤의 종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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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盛日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경제학 >
휴가철의 인천공항은 붐볐다.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의 기내도서로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골라 읽었다.
지구 곳곳을 휘젓던 여행가에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변신해 아프가니스탄,네팔,시에라리온 등을 돌며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저자의 활동을 통해 빈곤의 처참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좋은 차림으로 가방을 끌고 다니던 인천공항 피서여행객들의 윤택한 모습과 뼈만 남은 채 큰 눈망울을 굴리는 사진속의 검은 어린이 모습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가끔 집으로 날아오는 몽골 어린이 사진이 집사람이 월드비전에 보내는 기부금의 결과라는 기억을 떠올리며 애써 자위해보지만 비행기로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유타의 여름은 덥다.
냉방이 잘돼 있는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 제프리 삭스 교수가 쓴 'The end of poverty'(빈곤의 종말)를 찾았다.
하버드대학에서 최단기간에 정년보장을 받은 똑똑한 경제학자가 1983년부터 20여년 간 남미,동유럽,아프리카 등을 발로 뛰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빈곤(貧困)의 원인을 파헤치고 2025년까지 지구상에서 절대빈곤을 몰아낼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비행기에서 느낀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삭스 교수에 따르면 극심한 빈곤은 대개 물리적 환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경우 3D 요인이 있는데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Disease),농사를 망치는 가뭄(Drought),그리고 교통망이 극히 열악한 거리(Distance)가 그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건강,식량,물자가 담보되지 않으니 기아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빈곤의 해법 또한 원인을 제거하는데서 시작된다.
즉 말라리아나 에이즈같은 질병(疾病) 퇴치를 위한 방충망,약제 등의 보급,댐 등 관개시설의 건설,가뭄에 견디는 품종 개발,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등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3D 환경을 극복해가면서 개방경제의 성장전략을 택함으로써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고 본다.
삭스 교수는 2025년까지 지구상에서 절대빈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잘사는 나라들이 적극 도와주어야 하며 원조의 규모는 현재 선진국 GDP의 0.2% 수준보다 훨씬 큰 0.7%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지구촌 식구들 모습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너무 흥청망청 쓰고 있지는 않은가.
조금만 아껴 이들을 도와주어도 큰 힘이 될텐데….그러나 동시에 무조건 돕자는 열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도 알게 된다.
문제의 원인을 밝혀 해결하는 냉정함이 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삭스 교수의 사실적인 분석과 꼼꼼한 계산에 근거한 해법은 호소력이 있다.
특히 개방화 성장을 통해 빈곤을 탈출해야 한다는 처방은 이른바 반(反) 세계화주의자들이 경청해야 할 말이다.
반 세계화주의자들은 성장보다 분배,개방보다 자주를 통한 빈곤탈출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은 이들 주장이 허구이며 부자나라들이 도와주되 가난한 나라들이 이를 개방화 성장전략으로 연결할 때 빈곤을 탈출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빈곤을 탈출하는데는 열악한 물리적 환경을 극복하는 것 말고도 올바른 통치체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경우 환경적 3D가 아니라 체제적 3D에 의해 빈곤에 빠져 있다.
즉 공산주의라는 질병,열심히 일해야 소용없는 의욕의 가뭄,국제적 고립에서 오는 거리감이 빈곤의 원인이다.
인도주의라는 이름아래 무작정 계속되는 퍼주기식 원조로는 결코 체제의 3D를 제거하지 못한다.
중국 인도 베트남의 경험에서 보는 것처럼 체제를 개혁(改革)하고 개방으로 나설 때만이 빈곤 탈출이 가능하다.
이번 수해로 북한에서 다시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기근이 심각할 것 같다.
도울 땐 도와야겠지만 합리적 변화를 유도하면서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휴가철의 인천공항은 붐볐다.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의 기내도서로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골라 읽었다.
지구 곳곳을 휘젓던 여행가에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변신해 아프가니스탄,네팔,시에라리온 등을 돌며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저자의 활동을 통해 빈곤의 처참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좋은 차림으로 가방을 끌고 다니던 인천공항 피서여행객들의 윤택한 모습과 뼈만 남은 채 큰 눈망울을 굴리는 사진속의 검은 어린이 모습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가끔 집으로 날아오는 몽골 어린이 사진이 집사람이 월드비전에 보내는 기부금의 결과라는 기억을 떠올리며 애써 자위해보지만 비행기로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유타의 여름은 덥다.
냉방이 잘돼 있는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 제프리 삭스 교수가 쓴 'The end of poverty'(빈곤의 종말)를 찾았다.
하버드대학에서 최단기간에 정년보장을 받은 똑똑한 경제학자가 1983년부터 20여년 간 남미,동유럽,아프리카 등을 발로 뛰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빈곤(貧困)의 원인을 파헤치고 2025년까지 지구상에서 절대빈곤을 몰아낼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비행기에서 느낀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삭스 교수에 따르면 극심한 빈곤은 대개 물리적 환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경우 3D 요인이 있는데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Disease),농사를 망치는 가뭄(Drought),그리고 교통망이 극히 열악한 거리(Distance)가 그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건강,식량,물자가 담보되지 않으니 기아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빈곤의 해법 또한 원인을 제거하는데서 시작된다.
즉 말라리아나 에이즈같은 질병(疾病) 퇴치를 위한 방충망,약제 등의 보급,댐 등 관개시설의 건설,가뭄에 견디는 품종 개발,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등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3D 환경을 극복해가면서 개방경제의 성장전략을 택함으로써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고 본다.
삭스 교수는 2025년까지 지구상에서 절대빈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잘사는 나라들이 적극 도와주어야 하며 원조의 규모는 현재 선진국 GDP의 0.2% 수준보다 훨씬 큰 0.7%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지구촌 식구들 모습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너무 흥청망청 쓰고 있지는 않은가.
조금만 아껴 이들을 도와주어도 큰 힘이 될텐데….그러나 동시에 무조건 돕자는 열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도 알게 된다.
문제의 원인을 밝혀 해결하는 냉정함이 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삭스 교수의 사실적인 분석과 꼼꼼한 계산에 근거한 해법은 호소력이 있다.
특히 개방화 성장을 통해 빈곤을 탈출해야 한다는 처방은 이른바 반(反) 세계화주의자들이 경청해야 할 말이다.
반 세계화주의자들은 성장보다 분배,개방보다 자주를 통한 빈곤탈출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은 이들 주장이 허구이며 부자나라들이 도와주되 가난한 나라들이 이를 개방화 성장전략으로 연결할 때 빈곤을 탈출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빈곤을 탈출하는데는 열악한 물리적 환경을 극복하는 것 말고도 올바른 통치체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경우 환경적 3D가 아니라 체제적 3D에 의해 빈곤에 빠져 있다.
즉 공산주의라는 질병,열심히 일해야 소용없는 의욕의 가뭄,국제적 고립에서 오는 거리감이 빈곤의 원인이다.
인도주의라는 이름아래 무작정 계속되는 퍼주기식 원조로는 결코 체제의 3D를 제거하지 못한다.
중국 인도 베트남의 경험에서 보는 것처럼 체제를 개혁(改革)하고 개방으로 나설 때만이 빈곤 탈출이 가능하다.
이번 수해로 북한에서 다시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기근이 심각할 것 같다.
도울 땐 도와야겠지만 합리적 변화를 유도하면서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