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최근 신약의 보험가를 놓고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가가 다른 나라의 약가나 약효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결코 높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싸움은 보건복지부가 약제비 절감을 목표로 10월 중 시행키로 한 의약품 건강보험 선별 등재 방식(포지티브 리스트제)에서 신약의 가격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회장 신형근)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가 신약 가격 산정시 참조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등 주요 7개국(A7)의 기준 약가 책자의 의약품 가격이 실제 거래가보다 높아 한국의 신약가가 비싸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노바티스의 만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미국 기준 약가 책자인 레드북(Redbook)에는 가격이 2만1258원인 반면 공중위생국 등 미국 주요 4개 의료기관(BIG4)에서는 1만2490원이라고 건약은 밝혔다.

또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한국이 7월 현재 6만2010원인 반면 미국 연방 구매 기준(FSS) 가격은 4만9104원,BIG4 가격은 3만7966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바티스측은 이에 대해 글리벡의 약가가 2003년 2만3045원에 결정될 당시 다른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약가는 3만3789원,대만은 2만3663원이었다며 한국의 글리벡 약가가 결코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또 실제 미국에서 거래되는 가격도 주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종희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홍보부 차장도 "FSS 가격이나 BIG4 가격은 대표성을 띠지 못하는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또다른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3월 이레사가 다국적 3단계 임상시험 결과 위약(효능이 없는 가짜약)에 비해 생존율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레사의 보험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신청,복지부는 지난달 이레사의 보험약값을 1정당 6만2010원에서 5만5003원으로 낮췄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이레사가 다국적 임상시험에서는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5.6개월이었지만 한국인 등 동양인은 9개월 이상으로 효과가 뛰어났다"며 반발,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박인석 복지부 보험급여팀장은 "레드북의 가격이 실제 가격보다 높다는 의견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 아래에서 신약 가격 산정시 레드북 외에 다른 자료를 참고할지 여부는 추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