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출신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 한국법인 대표 A씨,보안업체 전 사장 B씨,인터넷 포털 업체 사장 C씨,통신업체 임원 D씨….

한국 진출을 추진 중인 미국 구글이 지사장을 물색한다며 집적거렸다는 인재들이다.

이 중에는 구글 본사까지 가서 면접한 사람도 있고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사람도 있다.

검색 서비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구글이 한국 IT업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설립을 앞두고 지사장을 뽑는다며 햇수로 3년째 면접만 하고 있어 뒷말이 많다.

구글 본사가 제시한 지사장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한국 IT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위 인사에겐 대부분 손을 뻗쳤기 때문이다.

구글은 2004년 한국 지사장을 찾기 위한 면접을 시작했다.

대부분 국내에서 접촉해 의사를 타진했고 약 10명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에 가서 면접을 받게 했다.

구글은 항공료 등 비용 일체를 부담했다.

구글코리아에 합류할 일반 직원까지 더하면 구글이 면접한 사람은 2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홈페이지에 한국 지사장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담당 업무는 구글코리아의 대변인,기업 비전 실행,인지도 확립,광고 서비스 수익창출 등이며,지원 요건은 5년 이상 인터넷 분야 경력,영어 능통,온라인 광고 영업에 관한 지식 등이다.

지원자는 영문이력서를 작성해 본사 인사팀으로 보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구글이 요구하는 실제 요건은 이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특히 미국 아이비리그(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수준의 명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야 하고 국내파인 경우에는 반드시 일류대 졸업자여야 한다는 것.게다가 메이저 글로벌 업체의 한국 지사장 경험을 필수 요건으로 따진다.

구글과 계약을 맺은 헤드헌터는 IT업계의 수많은 인사와 접촉했다.

최근에는 하버드대 출신 A씨가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고 알려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A씨처럼 구글이 퇴짜를 놓은 사례는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면접에서 떨어진 인사에 대해서는 술자리에서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구글이 뜸만 들이며 업계를 들쑤셔 놓자 "이래도 되느냐","우리를 뭘로 보는 거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사장 물색을 구실로 한국 IT업계의 수준을 가늠해보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실컷 헤집어본 뒤 지사 설립을 취소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부분 "신중한 것은 좋지만 너무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아무리 유명한 회사라지만 3년째 면접만 하며 업계를 뒤집어 놓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지금과 같은 고압적인 자세로는 한국 시장에 들어와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관계자는 "연내에 구글코리아를 설립할 계획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