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년 만에 청약제도를 '가점제'로 바꾸기로 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2008년부터 시행하려는 가점제는 나이와 가족이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긴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매겨 아파트 당첨에서 우선권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민간 중·소형 아파트를 대상으로 2008년에는 공공택지,2010년에는 민간택지에서 지어지는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청약 가점제가 시행되면 현행 추첨제가 폐지됨에 따라 '줄서기'식 청약과열과 투기가 사라지고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이 가점제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우려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점제는 독신자와 이혼자가 급증하고 있는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미혼·세대분리·이혼 등에 따른 '나홀로 가구'와 자녀없이 부모와 따로 사는 신혼부부,직계 존·비속과 살고 있지 않은 비혈연 가구 등 1세대 가구가 597만가구에 이른다.

이는 전체 가구(1588만가구)에서 3분의 1을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점제에서 가중치가 가장 큰 부양가족수 항목에서 꼴찌를 면할 수 없다.

단독세대인 만큼 세대수가 많을 수록 점수가 높은 가구구성에서 최하 점수(35점)를 받게 되고,특히 자녀수에서는 '0점'이 돼 부양가족수 한 항목에서만 최고점수(210)보다 무려 175점을 까먹게 된다.

무주택기간 등 다른 항목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총점이 만점(535점)에 가까워야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이 같은 1세대 가구는 지난 5년새 35.2%나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가점제가 적용될 2008년 이후 2가구 중 1가구는 새 아파트에 청약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이쯤되면 '자식이 없으면 아예 청약을 하지 마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가점제 대상을 민영주택으로 정해 주공아파트 등 공공주택보다 훨씬 강한 규제를 가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민영주택은 민간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정부 방침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차라리 현재 시행 중인 무주택 우선공급물량(75%)에만 가점제를 적용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3세대·3자녀 가구는 당첨될 확률이 가장 높아지지만,부부·부모·자녀 등 가족수가 많은 상황에서 방 3개짜리 중·소형 주택을 우선적으로 배정한다고 주거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부양가족이 많은 무주택자에게 공공아파트라도 중·대형을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손보는 게 현실적인 처방이다.

청약 가점제는 아예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정책은 결코 좋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자녀가 없는 부부와 독신자가 새 아파트를 영원히 갖지 못하게 할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이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