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헤지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은 헤지펀드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헤지펀드=금융시장 교란의 주범'이란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데다 각종 규제로 인해 헤지펀드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메말라버렸기 때문이다.

국제 헤지펀드 전문매체인 헤지펀드 인텔리전스가 최근 발표한 '2006년 상반기 아시아·태평양지역 헤지펀드 시장 규모'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이 분명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아·태지역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아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자산규모는 총 1280억달러(약 122조원)로 작년 말보다 11.8%(135억달러) 증가했다.

아·태지역 헤지펀드 규모는 2000년 말까지만해도 12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5년반 만에 10배 넘게 증가했다.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세는 비단 아·태지역뿐 아니다.



전 세계 헤지펀드 시장의 자산 규모도 작년 말 현재 1조5000억달러에 달해 1990년 초에 비해 2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헤지펀드 중 70%가 미국,22%가 유럽에 몰려있으며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는 8%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유럽과 아시아가 미국을 웃돌고 있다는 평가다.

헤지펀드 인텔리전스의 네일 윌슨 편집장은 "지난 1년간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헤지펀드 시장은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그 중에서도 유럽과 아시아 시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말 현재 아·태지역 헤지펀드의 활동 거점을 국가별로 보면 호주의 비중이 23.8%로 가장 높고 이어 미국(21.9%),일본(17.4%),홍콩(15.3%),영국(15.3%),싱가포르(4.7%)의 순이었다.

한국에 거점을 둔 헤지펀드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찬석 삼성투신운용 해외투자팀장은 "국민 정서상 헤지펀드는 '치고빠지기식' 투자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지금까지 헤지펀드를 육성하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뒷받침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시장 상황의 변동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률 달성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고도의 운용 기법이 필수적이지만 국내에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점도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를 제도권에 포용하지 못하면 금융허브는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펀드 분석기관인 유레카헤지의 데몬스 여 상품개발팀장은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데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헤지펀드 산업이) 너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