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회장이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의 잇단 M&A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우리홈쇼핑 인수작업에 '구원투수'로 등판,태광과의 막판 갈등 조율여부가 주목된다.

국내 최대 SO(유선방송사업자)를 거느린 태광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더라도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어서다.

롯데는 우리홈쇼핑 인수에 '유통명가 재건'의 사활을 걸고 나섰다.

한국까르푸 인수 실패와 경쟁업체인 신세계의 월마트 코리아 전격 인수 등으로 위축된 입지를 일거에 회복하기 위한 반전카드로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로선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슈퍼 홈쇼핑을 아우르는 '유통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홈쇼핑 진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신 회장은 우리홈쇼핑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사 선정부터 경방측과의 접촉까지도 신 회장은 국내에 들어오는 홀수 달을 통해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

신동빈 부회장의 잇단 M&A 실패로 궁지에 몰린 게 신 회장의 '구원투수' 등판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04년 롯데 정책본부장에 취임하면서 출범한 신동빈 체제는 이후 해태제과와 진로 인수 실패에 이어 한국까르푸 인수 불발,경쟁업체인 신세계의 월마트 코리아 전격 인수 등으로 궁지에 몰려왔다.

신 부회장이 이번 인수전에서 한 발 물러선 데는 그의 경영철학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신 부회장은 적대적 M&A 등 '정도에 맞지 않는 인수·합병'은 검토하지 말 것을 임직원에게 여러 차례 당부해 왔다.

신 회장은 그러나 우리홈쇼핑 인수 과정에서 한때 공동 컨소시엄을 형성해 홈쇼핑 진출을 모색했고,지금도 우리홈쇼핑 인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태광측에 구체적인 추진내용을 철저히 함구하는 등 총력전을 펴왔다.

롯데가(家)와 태광가(家)가 우리홈쇼핑 M&A 공방 과정에서 사돈관계를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태광측이 발끈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실무진 사이에서는 "홈쇼핑 사업의 특성상 SO의 지원 없이는 사업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롯데측은 태광에 대한 배려를 무시한 것은 물론 과거 홈쇼핑 진출을 동반 모색했던 '의리'마저 저버렸다"는 원망까지 나오고 있다.

1일 우리홈쇼핑의 2대 주주인 태광그룹측이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더라도) 협조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힌 데서도 태광측의 서운함을 읽을 수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한 달 전 롯데측에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한 진위를 확인했으나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었다"며 "홈쇼핑 진출을 위해 2000년 공동 컨소시엄을 이룬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이럴 순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