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의 '투톱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이 물러나면서 당 운영의 전권을 장악한 김 의장측이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는 데 대해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 원내대표측과 당 정책위 등이 '역할과 위상'을 문제삼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조일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1일 국회에서 개최된 당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김 의장의 대한상공회의소 방문을 거론하며 "원내에서 해야 할 일을 당이 한 데 대해 고맙고 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역할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조 부대표는 "정부정책은 원내가 하고 당은 당의 개혁을 해야 한다"며 "토스를 올릴 세터와 스파이크를 할 공격수가 바뀌었다"고 거듭 불만을 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명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모든 정책은 입법으로 완성되고 선거를 통해 뽑힌 국회가 민생 정책을 통해 책임성을 담보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원내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8월 중에 정책위가 중심이 돼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포괄적 당정협의를 하겠다"며 '정책위 중심'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등 당 지도부가 대외활동을 할 때는 원내 정책위와 충분한 사전조율을 거치도록 한다'고 결정,일단은 갈등을 봉합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김병준 부총리 임명 문제 등을 놓고 이미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온 터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측 한 인사는 "김 의장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긴 것은 당의 정무와 정책기능을 모두 위임한 것이며 당과 원내를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지금 상황을 헤쳐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인식·노경목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