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문제가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기까지 여권 수뇌부의 움직임은 긴박했다.

여당은 당초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사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김 부총리를 옹호했다.

심지어 이런 의혹제기를 '먼지털기식 정치공세'라고 비난하기까지 했으나 동일한 논문을 2개의 연구실적으로 중복 보고한 사실 등이 드러나며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가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국민여론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한 김근태 의장은 지난달 28일 김 부총리를 비공개로 만나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어느 한계점을 넘어서면 결단해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며 여유를 보인 것은 김 부총리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수준의 의사표명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김 부총리의 기자회견 내용이 뜻밖에도 '사태수습'이 아닌 '역공'으로 나타나자 여권 수뇌부는 당혹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다음날 비상대책위원 회의를 통해 "새로운 시대,새로운 관행을 요구하고 있다"며 좀 더 강한 톤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또 인사권자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고,청와대측의 반응이 없자 곧바로 한명숙 국무총리와 전화접촉을 갖고 공동전선 구축에 나섰다.

한 총리는 휴가 중인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며 김 부총리 문제를 논의했다.

당과 국민들의 여론을 볼 때 이제는 '퇴로'를 찾아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찬회동을 마친 후 한 총리는 이날 밤 김 의장과 김 원내대표,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정·청 수뇌부와 긴급 심야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김 부총리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