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반적 경기가 그다지 좋지 못한 가운데에서도 은행은 물론 카드회사들까지 사상 최대 순이익(純利益)을 기록하는 잔치가 벌어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면 당기순이익이 8조8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4%나 늘어났다.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과연 좋아만 할 일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들의 순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지 않은데다 가계대출의 건전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부실발생에 대비해 미리 손실로 잡아놓았던 대손충당금이 대거 이익으로 다시 잡히면서(환입) 순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상당히 크다고 한다.

한마디로 경영을 알뜰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을 비롯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남긴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근래 들어 금융회사들의 영업방식이 지나치게 보수안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위험부담이 없는 안전한 곳에만 자금을 빌려주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얼마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한 세미나에서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함에 따라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되고,그에 따라 자금배분의 효율성 및 성장잠재력 저하를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과연 우리의 금융기능이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수익성(收益性) 위주의 대출로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시정해야 마땅한 일이다.

기업,특히 중소기업들의 금융애로가 해소되고,그로 인해 기업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 이는 곧 금융회사들의 대출시장을 넓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업금융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스크관리 능력의 부족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이를 보다 합리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과 함께 인력구조의 선진화와 비이자수익원 창출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정착시키는 게 절실하다.

지금처럼 수익성이 높은 소비자 금융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에 온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반구축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