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차이 우려 적어도 소비자 기만 해당

일부 주유소에서 '석유제품 바꿔치기'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A정유사 브랜드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주유소가 경우에 따라 A정유사에 비해 싼 값에 납품하는 B정유사 제품을 조달해 판매하고 있다는 뜻으로 업계에서는 '쉬쉬'하는 내용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주유소가 내건 브랜드와 다른 제품을 때때로 주유하는, 일종의 '기만'을 당하는 셈이어서 근절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석유제품 바꿔치기는 각 정유사가 직영하는 주유소에서 보다는 개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상대적으로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유사 직영이더라도 임대 운영되는 주유소에서는 간간이 바꿔치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의 이 같은 고질(痼疾)적 관행은 해당 공급 파트너 정유사의 석유제품 납품가격이 다른 경쟁 정유사에 비해 높을 경우 싼 값에 제품을 조달해 이윤을 더 남기려는 일부 주유소측과, 각 정유사와 중간 유통단계인 대리점의 '밀어내기' 또는 '덤핑' 공급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러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각 주유소의 판매량, 재고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전산화가 이뤄져 있으나 완벽한 파악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더러 바꿔치기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바꿔치기 등의 문제가 확인되면 간판 철거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시설.운영자금 지원 등 모든 지원을 끊는다"고 덧붙였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도 "공정거래위원회 주유소 관련 고시에 따라 각 (브랜드) 주유소는 해당 제품만을 공급받아 판매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대부분 주유소는 이를 준수하고 있지만 일부 다른 제품을 공급받아 파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만연해 있지는 않고 어차피 각 정유사의 (유사한) 제품이어서 바꾸더라도 품질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유사들 간의 (유통 이전의) 제품 교환은 허용되고, 주유소는 허용되지 않고 있는데, 어떻든 제품 교환이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결과를 겪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하지만 주유소에 대해서만 고시를 통해 (제품 교환 또는 바꿔치기를) 규제하고 위반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정유업계에서는 예컨대 울산과 여수에 각각 거점을 두고 있는 SK㈜와 GS칼텍스의 경우 양사가 서로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 거점 지역 안에 있는 자사제품 취급 주유소에서 서로 제품을 교환하고, 여기에 첨가제 등을 섞어 자사제품화한 뒤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SK㈜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런 '물량 스와핑' 제품의 경우 적절한 블렌딩(혼합)을 통해 우리 제품화하는 것이어서 일부 주유소에서 다른 정유사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