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플레는 가중되면서 성장은 둔화되는 경기 시나리오에서 가장 나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월가 쪽에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월가 관계자들은 그러나 인플레가 두자릿수로 치솟은 지난 70년대와 같은 심각한 상황까지는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반면 현 3.4분기와 4.4분기 연이어 성장이 둔화되면서 증시가 15-20% 빠지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컨설팅기관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를 이끌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2일(이하 현지시각) "스태그플레이션이랄 수 있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신중하게 진단하면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강세와 금리 상승세, 그리고 주택시장 둔화를 감안하면 침체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루비니는 인플레가 두자릿수까지 치솟지는 않을 것이란 월가의 중론에 동조하면서도 그러나 소비자 물가가 서서히 오르면서 성장은 급격히 감소되는 상황이 초래돼 결국 증시에 충격을 가하고 달러 가치도 떨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극단적 비관론자들은 월가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점과 관련해 당장 이런 파국이 빚어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주택시장 냉각 등을 감안할 때 월가의 공감대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일일 투자정보지 가트너 레터를 발행하는 데니스 가트너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맹목적인 낙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경기가 둔화되면 침체 조짐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올하반기 이런 현상을 보이면서 증시 지수가 15-20% 빠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등은 미국이 침체로 다가서는 것도 걱정이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인플레 수습에 초점을 맞춰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경우 경기 추락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RB가 통화정책 결정시 비중있게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지난 6월 한해 전에 비해 2.4% 상승했다면서 이것이 지난 4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폭인 것은 물론 FRB가 `안정선'으로 삼아온 1-2%를 크게 초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월가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지난 1979년 당시의 폴 볼커 FRB 의장이 인플레 수습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무려 19%까지 올렸으며 이것이 경기와 실업률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만들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너무 어둡게만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9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처럼 유가가 치솟고 중동에 불안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이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전처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제공하는 `인플레 흡수' 역할도 크게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1일 취임 후 첫 외부 연설에서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으나 이것이 '지속 가능한 안정성장 국면으로 전이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주택시장 둔화만 미국 경기의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예로 컨퍼런스 보드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6개월간 잇따라 위축된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한국전쟁 이후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 고작 9회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6번은 미국이 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비관론자들은 상기시킨다.

FRB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지금은 오스틴 소재 호이싱턴에 소속된 레이시 헌트는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물론 단언은 못한다"면서 그러나 "역사를 무시하다간 큰 코 다친다는 점은 분명히 말해야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FRB가 계속 인플레와 싸울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성장이 (상대적으로) 둔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FRB의 이런 향후 움직임에 관한 전망이 이미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따라서 FRB가 오는 8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 2004년 6월 이후 내내 유지해온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0년 6월 FRB가 1년 사이 금리를 1.75%포인트 올린 후 금리를 동결시켰을 때를 상기하라고 덧붙였다.

당시 투자자들이 앞다퉈 증시에 뛰어들었으나 결과는 침체와 하이테크 `거품' 폭발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우 지수는 2000년 그 이전의 최고치에 비해 무려 38%나 빠지는 폭락을 기록했던 것이다.

가트먼은 "FRB가 통화 정책을 느슨하게 풀 때가 증시로서는 최악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인데도 월가의 많은 인사들이 느긋한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