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판지 생산업체인 한창제지신풍제지가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공동 생산 및 판매에 나선다.

신풍제지는 평택의 백판지 공장을 폐쇄,생산을 한창제지에 위탁하고 한창제지는 자사의 모든 제품 판매를 신풍제지에 맡기는 방식이다.

김종선 한창제지 부회장은 3일 "공급 과잉에다 중국 등 해외 수출의 마진 감소로 이대로 간다면 백판지 업계는 2년 안에 공멸할 상황"이라며 "신풍제지와 1년간의 논의를 거쳐 두 업체의 생산 규모를 줄이는 등 생산 및 판매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공장 생산성에서 우위에 있는 한창제지는 생산에 전념하고 신풍제지는 판매에 특화하는 게 전체 그림"이라며 "하반기께 손쉬운 작업부터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신풍제지는 평택에 소유한 공장을 폐쇄하고 이 공장에 있던 저평량 초지기 등 생산라인 일부를 한창제지의 경남 양산공장으로 이전,앞으로 두 회사가 양산공장을 통해 고평량 및 저평량 백판지를 함께 생산하게 된다.

또한 두 회사가 따로 소유하던 판매망은 신풍제지 대리점 등을 통해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양사는 이 같은 공동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각각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회사는 신설하는 지주회사 지분 출자에 같이 참여하지만 생산부문은 한창제지가 대주주로,판매부문은 신풍제지가 대주주로 각각 지분을 소유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이번 공동 전선 구축은 최근 의류 신발 등의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는 작년부터 중국에서 백판지 생산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데다 내수 경기마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적자 수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 1위 기업인 한솔제지는 지난 1월 충북 청원군에 있는 청주공장을 폐쇄했다.

세림제지는 지난해 카자흐스탄 2개 광구를 사들이는 등 신사업 모색에 나섰다.

신풍제지와 한창제지의 이번 결정은 업계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내수로 판매된 백판지의 전체 규모는 50만6000t,해외로 수출된 규모는 68만7000t 수준이다.

반면 두 회사를 포함,한솔제지 대한펄프 세림제지 등 백판지 주요 5개사의 생산능력은 약 15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30% 정도의 시장을 점유한 신풍제지와 한창제지가 공동 생산체제를 구축하면 국내 백판지 생산능력은 100만t 수준으로 감소,출혈 경쟁이 개선될 전망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