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와 심오한 철학을 배경으로 간다라 미술 등을 탄생시킨 인도 미술이 오늘날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컬렉터들은 인도 미술이 중국과 더불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눈치채고 이미 인도 미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즈 같은 대형 경매회사들이 몇 해 전부터 인도의 동시대 미술 옥션을 꾸준히 열어 온 것도 인도 미술이 그만큼 조명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옥션 실적도 좋다.

람 쿠마르의 작품은 올해 소더비즈 경매에서 10만2560파운드(약 2억2000만원)에 낙찰돼 3만~4만파운드 정도일 것이라던 예상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을 받았다.

티예브 메타의 '마하사수라'는 런던 경매에서 160만달러(약 15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올해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도의 회화작품들은 총 1560만달러(약 149억원)에 낙찰됐다.

예상 낙찰가의 2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소더비즈 경매를 통해서도 인도 미술의 상승세가 드러난다.

2004년 인도 미술품 경매총액은 620만달러(약 61억)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5배에 가까운 3060만달러(약 292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미술 경매시장은 2000년 200만달러(약 19억원)에서 현재 4억달러(약 38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UBS 등 세계 유수 은행들의 아트 펀드를 등에 업고 인도 미술에 투자하는 '에델바이스 캐피털'도 준비 중이다.

인도 미술에 대한 관심은 옥션회사뿐만이 아니다.

루이비통 샹젤리제 매장 33층에 위치한 '루이비통 갤러리'에서도 인도의 젊은 작가들이 전시회를 열어 많은 파리지앵들이 방문하고 있다.

인도 미술의 면면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소수민족의 공존과 괴리가 묻어난다.

젊은 사진 작가 바라 시카는 인도의 근본적인 문제들과 사회 문제에 대해 냉혹한 질문을 던진다.

서구인들의 눈에는 화려한 전통 의상과 고요한 명상의 나라로 인식되는 인도가 현실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히 무시하는 신분제도가 지배하는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것을 작가는 사진 작업을 통해 고발한 것이다.

회화 테크닉의 성숙미를 보여주는 시부나테산의 하이퍼리얼리즘 회화작품들은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인물들이 한 화면에 모여 구성원들의 언밸런스와 부조리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인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살아가야 하는 조국의 현실을 고백하고 있다.

인도 동시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 황금알을 낳는 닭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로 전달될 날이 멀지 않은 듯 하다.

표화랑 표미선 사장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