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술 개발 업체인 램버스사와 D램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램버스사가 불법적으로 D램 특허를 독점했다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의 판결이 나온 것.이는 램버스사의 특허 소유권을 인정해 하이닉스반도체 등에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했던 미국 법원의 판결과는 다른 결정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향후 램버스사와의 소송에서 역전극을 펼칠 수도 있게 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D램 업체들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램버스사가 불법적으로 D램 기술을 독점했다고 판결했다.

FTC는 이날 5명 위원의 만장일치로 내린 판결을 통해 "램버스사가 고속 D램에 대한 특허를 통제하기 위해 남을 속이는 행위(deceptive conduct)를 했고 이를 통해 D램의 산업표준을 왜곡,업계에서 반(反)경쟁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FTC는 또 '주요 D램 업체들의 공모로 특허기술을 침해받은 행위의 희생자'라는 램버스사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번 FTC의 판결은 그동안 램버스가 소유권을 주장했던 D램 관련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램버스는 2000년 주요 D램 업체들을 상대로 "자사 D램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은 FTC에 램버스 특허의 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며 맞불을 놨다.

FTC는 오는 9월 말까지 이번 판결에 대한 램버스와 D램 업계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연말께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FTC의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램버스사와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앞서 미국의 한 지방법원은 지난 4월 1심 판결을 통해 하이닉스에 대해 램버스사의 D램 특허 침해에 따른 배상금으로 3억70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FTC가 최종 결정을 통해 램버스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향후 특허 침해소송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FTC의 결정이 D램 업계에 우호적으로 내려질 경우 특허침해 배상금은 물론 연간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로열티를 램버스사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램버스사와의 특허 소송에 대비한 충당금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램버스사와의 1심에서 패소했던 하이닉스는 약 15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