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을 알리는 신호가 잇따르면서 고소득 계층도 다시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 위축에 장마와 파업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할인점 및 백화점 매출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소비 지표가 악화된 것을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소비심리 악화가 실제 소비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경기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전 계층 "경기 안 좋아질 것"

통계청과 삼성경제연구소가 3일 각각 발표한 '소비자 전망(태도) 조사 결과'는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이 고소득층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 4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7월 소비자기대지수는 98.7로 올 들어 처음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고소득층에서도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체 소비자기대지수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기준치 밑으로 떨어졌지만 월소득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자기대지수는 꾸준히 기준치를 웃돌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서도 연소득 5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자태도지수는 3분기 46.3으로 올 들어 처음 기준치(50) 밑으로 떨어졌다.

청년층의 소비 심리도 동반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의 7월 소비자기대지수는 97.4로 올 들어 처음 기준치를 하회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서도 20대(47.5)와 30대(48.4)의 소비자태도지수는 기준치에 못 미쳤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다른 집단에 비해 경기 변화에 둔감한 고소득층과 청년층의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건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경기지표 급속 악화 가능성

재정경제부가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8월호(그린북)'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 관련 속보 지표가 뚜렷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던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7월 들어 0.1%(전년동월 대비) 감소했다.

소비 동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신용카드 사용액도 전달보다 증가세(6월 14.6%→7월 11.3%)가 둔화됐다.

아울러 국산 자동차의 내수 판매는 무려 26.5%나 급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7월에는 소비심리 위축에 집중 호우와 현대자동차 파업 등이 겹쳐 소비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반기 기준으로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 역시 7월에는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름 휴가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위기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시적 요인에 의한 실물지표 변화가 심리지표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소비 등 실물경기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권 부총리는 그러나 "큰 틀의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