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정자동에 사는 김한석씨(33)는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최근 처음으로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통장을 만들었다.

곧 만기가 돌아오는 1년짜리 정기예금을 오는 10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중·대형 주택 청약자금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자금이 모자랄 경우에 대비해 2004년부터 투자하고 있는 5년 만기의 차이나펀드까지 해약할 생각도 하고 있다.

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예비청약자들이 자금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 예치금을 당첨될 경우에 대비해 당장 꺼내 쓸 수 있도록 김씨처럼 MMF나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 초단기 상품으로 돌리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판교 중·대형 주택 청약에 필요한 계약금은 40평형대를 기준으로 할 때 약 2억5000만원에 달해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중·대형 청약에 관심이 큰 분당 등 성남지역에서는 청약 예정자들 사이에서 당첨시 계약금 납입일에 맞춰 차질없이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만기가 돌아온 1년 이상 정기예금 자금을 쓰지 않고 초단기 상품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기업은행 분당 파크뷰지점에서는 하루 10건 정도씩 만기가 돌아오는 1년 이상 정기예금 가운데 절반가량이 MMDA나 MMF로 입금되고 있다.

이 지점의 강우신 팀장은 "1년짜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되면 다시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지만,요즘에는 판교에 청약하겠다며 만기가 된 예금을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 몰아넣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판교 예비청약자들은 거액의 돈을 한꺼번에 예치해야 하는 거치식 펀드상품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용인 수지지역에서 영업 중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한 달간 펀드 신규 판매건수 70여건 가운데 5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거치식 펀드 판매는 5건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전체 펀드 판매건수의 20% 정도는 거치식이 차지하는데,상당수 고객이 판교 청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간 돈이 묶이는 거치식 펀드투자를 꺼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판교 중·대형 청약대기자들이 자금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채권입찰제로 실분양가가 6억원 이상으로 치솟은 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인해 연소득에 따라 중도금 대출액이 제한돼 자기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30일부터 청약이 시작되는 이번 판교 분양에서 공급 가구수가 가장 많은 44평형의 경우 채권매입 실부담액을 포함한 실분양가는 8억1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대출 제한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 5억~6억원 정도 자기자금을 갖고 있어야만 당첨 후 계약과 중도금 납부 등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