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드라마 촬영 세트장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자체 홍보와 수익사업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드라마·영화 촬영 세트장' 설립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예상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세트장 관리에만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기획예산처가 예산 낭비 가능성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을 초청,지난 4일 개최한 '제2회 예산낭비 대응포럼'에서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 순천시의 '사랑과 야망' 세트장. 이 시설은 순천시가 △특별교부세 8억원 △시 예산 43억원 △도 예산 12억원 등 총 63억원을 쏟아부어 SBS와 공동으로 만들었다.

순천시는 당초 유료관람객 하루 1500명을 예상해 도 지원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세트장을 유치했으나 실제 관람객은 절반 수준인 하루 750명에 불과했다. 특히 부실 시공으로 준공 5개월 만에 세트장 입구 옹벽이 붕괴되는 등 예산 투입 대비 효과는 극히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 부여의 '서동요' 촬영장(SBS)도 지자체 1년 예산의 2.4%인 60억원이 지원돼 건립됐으나 드라마 종영 후 관광객이 급감해 피해를 보고 있다.

충북 제천시의 '태조왕건'(KBS) 세트장은 지자체에서 12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만들어졌으나 방영 당해 연도에는 연간 118만명이던 관광객이 종영 후 급감한데다 4억5000만원을 들여 호수에 띄워 놓았던 군함 3척도 관리부실로 낡아 2004년 철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충북 금산군의 '상도'(MBC) 세트장은 1억5000만원의 지자체 예산이 투입됐으나 관리부실로 2003년 홍수에 세트장 전부가 유실됐다.

이상석 행정의정감시 전남연대 운영위원장은 "지자체장들이 사업 효과와 수익성이 불투명한 드라마 세트장을 '치적' 홍보용으로 무리하게 유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세트장 지원 전에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활용 가능성 등을 감안한 장기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이 밖에 태풍 및 홍수 피해복구 사업에서도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남 완도군 소안면 가학선착장(방파제)공사의 경우 △연장공사 △세 차례의 설계 변경 △수의계약 등으로 당초 9000만원 정도 예상했던 공사 규모가 22억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지방 감사원 신설 △고위 공무원 인사청문회 △의회 감사기능 부여 등이 제안됐다.

아울러 윤은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산업자원부가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기술료 수입(기업에 R&D자금을 지원한 후 기업이 개발에 성공하면 되돌려받는 돈으로 지원액의 20%임)을 국가 회계로 편입하지 않고 자체 판단에 따라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