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에 형성된 순환출자까지 소급해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미 형성돼있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에 시정명령이 떨어질 경우 삼성 현대차 SK 롯데 한진 등의 주요 그룹들은 그룹 해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충격적인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공정위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대안 모색(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총수 유무 △자산총액(2조원 이상 또는 6조원 이상)을 기준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의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과 함께 순환출자 규제의 소급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료는 지난 4일 열린 '시장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 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것이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규제의 소급 적용과 관련,재계의 요구대로 출총제를 폐지하려면 과거에 이뤄진 순환출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주요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순환출자 구조를 기반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는 국내 주요 그룹들에 강제로 순환출자의 연결고리를 끊으라는 명령이 내려질 경우 재계는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일정한 경과기간을 둔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그룹을 몇 개로 쪼개어 주력 계열사에 대해서만 경영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후적으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할 경우에도 △인수·합병(M&A)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어렵고 △계열분리와 같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데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한다며 여권이 '뉴딜'까지 제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산법이나 출총제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들고나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