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원·달러 환율 급락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쟁력을 갉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와 기아차는 상반기 매출이 작년 상반기보다 늘어났는데도 영업이익은 줄었다.

현대차는 그나마 작년 4분기 이후 영업이익률이 회복 추세를 보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기아차는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서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 현대차 2분기 '선방'

현대차는 상반기에 83만1067대(해외생산분 제외)를 판매해 △매출 13조8643억원 △영업이익 7445억원 △순이익 7061억원을 거뒀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작년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5.7% 늘어난 것이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6%와 37.1%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분기별로는 개선되는 추세가 뚜렷했다. 2분기에 △매출 7조28억원 △영업이익 4091억원 △순이익 3873억원을 거두며 1분기에 비해 각각 2.1%와 22.0%,21.5%씩 늘었다.작년 3분기 이후 줄곧 4%대에 머물던 분기별 영업이익률도 1년 만에 5%대로 회복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악재에도 불구하고 마진이 좋은 중대형 차량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2분기 연속 상승세를 탔다"고 말했다.

반면 기아차는 작년 3분기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아차는 지난 2분기에 △매출 4조4601억원 △영업적자 151억원 △순이익 451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됐고 순이익은 69.6%나 줄었다. 상반기 실적 역시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을 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8.3%와 75.5% 급감했다. 2003년 6.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04년 3.4%,2005년 0.5%로 줄어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0.2%로 곤두박질쳤다.

◆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2분기를 기점으로 최악의 상황을 넘겼지만 그렇다고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용대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은 7월 파업 여파 등으로 규모면에서는 다소 저조할 수 있지만 하반기 전체적으로 볼 때는 6%대 영업이익률이 가능하다"며 "우호적 환율 움직임으로 내수와 해외 판매 모두 3분기 이후 더욱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실적 감소세가 예상되는 데다 환율 하락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 주가 반등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차에 대해선 당분간 실적 개선 모멘텀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종태·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