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들이 이달 초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했을 당시 아프간 정부는 이슬람 문화에 해악을 끼치는 '외래 악'(imported vices)척결 작업을 진행중이었으며 아프간 관리들은 이런 와중에 자칫 한국 기독교인들의 개종 노력이 현지인들의 반감을 사 물리적인 공격을 당할까 우려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인구 400만의 아프간 수도 카불 경찰은 2주전 아프간인들에게 술을 판 의심을 받고 있는 음식점과 상점 10여곳을 급습, 수천개의 술병을 압수하고 이를 깨뜨렸으며 성매매 혐의가 있는 100여명의 중국 여성들을 체포해 이중 7명은 중국으로 추방했다.

또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집권 시절 악명을 떨쳤던 부서인 '선행고취및 악행퇴치부'의 재건을 승인했다.

이 부서는 아프간 역사 만큼이나 오래 유지돼 오던 것이었으나 탈레반 시절 얼굴의 베일을 벗는 여성에게 채찍을 가하고, 턱수염이 짧거나 체스 놀이를 하는 남자들을 체포하는 등 초강압적 제재로 원성을 샀었다.

이 부서의 재건 계획은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고 또 아프간 관리들은 이 '선악 행동대'가 교육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인권 단체, 서방 지향적 아프간 지도자들, 서방 외교관들은 이 부서가 탈레반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술집 단속을 주도했던 내무부의 압둘 자바 사비트 보좌관은 "우리는 사람을 때리거나 여성에게 스카프를 강제로 씌우려는 것이 아니며, 단지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대마초를 피워서는 안된다고 말하려는 것뿐"이라면서 "그 누구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 부서의 재건 문제를 의회가 다루게 되면 아프간내 이슬람 성직자와 과거 민병대 지도자들이 이끄는 그룹과 전문가, 여성및 서방에서 교육을 받은 인사 등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로 경쟁관계인 이들은 아프간이 전통적 이슬람 가치관과 현대 민주주의 규범 사이에서 어떠한 행로로 나갈 지 그 좌표를 그려 나가는 중이다.

1천200명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한국에서 도착했을 당시는 아프간 정부가 성매매 여성들을 중국으로 추방하던 때와 맞물려 있다.

기독교인들은 지난 주말 대중 집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외교적 협상 결과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요즘 아프간 관리들은 도움을 제공하는 외국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이지만 한편으로는 '외래의 쾌락'이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국내 종교 지도자들의 압력에도 직면해 있다는 것.
경찰의 급습 이후 매춘 혐의가 있는 중국인 업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다른 업소들은 술을 숨겨두었다가 '아프간인 금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장사를 다시 시작했으나 국적을 불문하고 고객이 격감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많은 아프간의 이슬람교도들은 '외래 악'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관능적인 여자 무희가 등장하는 인도 영화들은 늘 매진이며 인터넷 카페에는 포르노 사이트들이 꾸준히 애용되고 있다.

또 중국인 여성들이 쫓겨나기 전 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이들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은 주요 소일거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5월 말 경찰의 단속 당시 성난 군중들은 여러 중국인 매음굴을 습격해 거덜을 내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