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원의원 31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히 재개해 달라"는 요구를 담은 서한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양국 간 FTA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상원이 협상 무산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통상 압력을 가해옴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8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미국 상원 농업위원회는 지난 4일자로 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올해 말로 예정된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앞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것은 FTA에 대한 미국 의회의 유보적 입장을 해소하는 데 필수적(essential)"이라며 "FTA 협상의 진전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히 재개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색스비 챔블리 상원 농업위원장(공화·조지아)과 농업위 소속 톰 하킨 의원(민주·아이오와) 등 31명이 서명했다.

이 서한은 이날 미국 상원 농업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이들은 "미국 축산 단체들이 '쇠고기 수출이 재개될 때까지 한국과의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태식 주미 대사와 미국 의회에 전달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이런 걸림돌이 한국과의 FTA 협상을 타결지으려는 미국 관리들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였다.

한국 정부는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시켰던 미국산 쇠고기의 제한적 수입 재개를 지난 1월 결정했다.

그러나 5월 농림부가 실시한 미국 내 37개 수출 도축장 점검에서 일부 작업장에서 30개월 이상 소를 도축하면서 쓴 작업 도구를 30개월 이하 소에도 사용하는 등 문제점이 확인돼 수입 재개를 늦춰왔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상원의원들의 편지가 아직 청와대나 외교부에 도착하지 않았으며 주미대사관을 통해 알아본 결과 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농촌 출신 의원들이 지역구 이익을 위해 이런 서신을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쇠고기 수입 재개 건만 해도 그동안 외교부 장관이나 주미 대사 앞으로 여러 차례 서신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 내 도축장에 대한 미국측의 개선 조치와 우리측 승인 절차를 거쳐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