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8일 차관급 고위법관 출신으로는 1951년 이후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관행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밤늦게까지 벌였다.

이날 실질심사에서 조씨는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건과 관련된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후 법정에 출두한 조씨는 "국민들과 사법부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그러나 혐의 내용은 너무 어마어마해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 검찰의 신문에 맞서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계좌에 입금된 돈은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판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민사소송 분야의 전문가인 조씨는 최고위 법관 출신답게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평 TPC 골프장 사업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에 개입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그는 "검찰이 6하원칙에 따라 어떤 사건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야 되지 내가 '기억이 안 납니다'라고 밖에 답할 수 없도록 묻는 게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조씨의 변호인인 김주덕 변호사는 "조씨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의례적인 전별금에 불과했다"며 "이 과정에서 사건에 관한 청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따라서 조씨의 행동은 고위 법관으로서 징계사유는 될지언정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듯 검찰 측에서는 검사 3명이,조씨 측에서는 변호사 4명이 출석해 7시간 가까이 공방을 벌였다.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심사에 앞서 "조씨의 경우 혐의가 여러 개인데다 모두 몇 년씩 지난 일이라 관련 증거도 많지 않다"며 심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김씨로부터 각각 3000만원과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오기 총경과 김영광 전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오전 열렸다.

민 총경은 검찰 수사 때와 달리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반면 김 전 검사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