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입찰 포기"..신한-농협-하나 각축

SC제일은행의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B) 마빈 데이비스 최고경영자가 LG카드 입찰 포기를 시사함에 따라 LG카드 인수전은 '신한-농협-하나'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데이비스 최고경영자는 9일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LG카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 입찰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SC제일은행이 그동안 SCB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전에 적극 나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방침의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왜 입찰 포기하나 = 데이비스 대표는 LG카드 인수전에서 물러나는 대신 "파키스탄 유니언은행의 인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계는 최대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인수 자금이 입찰 포기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론스타 논란'을 계기로 국내에서 외국계 자본에 대한 반감이 적지않은 것도 입찰 포기의 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의 국내 금융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LG카드 회원 1천만명의 상품 구매 패턴과 신용 정보가 외국계에 넘어가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LG카드 매각을 주관하는 산업은행은 외국계가 배제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금융가의 예측이었다.

SCB도 이를 미리 알고 모양새를 구기기 전에 미리 손을 뗀 것이라는 분석이다.

◇ 3파전 압축 = SC제일은행의 입찰 포기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LG카드 인수 경쟁은 신한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 하나금융지주-MBK파트너스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SCB가 본사 차원에서 LG카드 인수를 총괄하면서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던 터라 국내 인수희망업체들은 부담스러운 후보가 자진 포기했다는데 다소 안도하는 표정이다.

다만 신한지주와 농협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상황에서 SCB의 입찰 포기가 전체 인수전 판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인수업체 관계자는 "신한의 시너지론과 농협의 토종자본론의 2파전 양상에서 하나지주와 MBK가 손을 잡으면서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SCB는 인수전 구도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던 만큼 입찰 포기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수희망업체 관계자는 "SCB는 전략이나 자금력 등 모든 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다크호스'로 분류됐다"면서 "껄끄러운 경쟁자가 하나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판도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