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8일(현지시간) 마침내 연방기금 목표 금리 인상 행진을 중단했다.

그렇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이번 금리 동결이 '인상 종료'가 아닌 '일시 중지'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FOMC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명시,금리인상 가능성을 남겨 뒀다.

이에 따라 금융 시장은 경기 둔화에다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이중고를 안게 됐다.

일부에서는 '저성장하의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금리 인상은 중단됐지만 상황은 거의 변한 게 없는 셈이 됐다.

FOMC의 금리인상 중단은 사실상 예고됐었다.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둔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었던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5.6%에서 2분기엔 2.5%로 급락했다.

7월 실업률도 전달의 4.6%에서 4.8%로 뛰어올랐다.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FOMC도 통화정책 발표문에서 "주택 시장의 점진적인 냉각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금리인상 효과 및 에너지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경제성장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지적,금리 동결의 배경이 경기 둔화임을 분명히했다.

FOMC는 그러나 이번 금리 동결이 2년 넘게 계속된 금리인상 행진의 종료라고 못박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다"며 "앞으로 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 및 경제성장 추이에 달려 있다"고 밝혀 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더욱이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제프리 래커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9 대 1의 표결로 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이러다 보니 월가에서는 이번 금리 동결이 '종료(end)'가 아니라 '일시 중지(pause)'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오는 9월20일 열리는 FOMC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베어스턴스증권,도쿄미쓰비시은행 등은 "앞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 선물시장에서도 9월 FOMC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48% 반영해 연방기금 선물 금리가 형성됐다.

물론 금리인상 행진이 종료됐다는 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경기둔화 속도가 당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관건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FOMC 우려대로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심상치 않다.

FRB가 가장 중시하는 근원 소비자 물가는 지난 2분기 중 2.9%(전기 대비 연율 환산) 상승,1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8일 발표된 2분기 단위노동 비용도 4.2% 상승했다.

경기는 둔화되고 있지만 고유가 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미국 경제가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의 유령에 사로잡혔다"(어윈 켈너 마켓워치 이코노미스트)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다음 FOMC 회의 때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이 얼마나 수그러드느냐에 따라 이번 금리 동결이 '종료'인지 '일시 중지'인지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