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차세대 이동통신 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통신기술 종주국이자 세계 최대 통신시장인 미국에 상륙한다.

삼성전자와 스프린트넥스텔 인텔 모토로라는 9일 새벽(현지시간 8일 오후) 뉴욕에서 와이브로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었다.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는 2008년까지 4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서 가입자 1억명을 목표로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와이브로는 시속 100km 안팎으로 달리는 차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고 인터넷전화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한국 와이브로의 미국 진출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에 이은 또 하나의 신화창조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0년 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CDMA 상용화에 성공,전 세계 통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국이 와이브로라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세계 통신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통신기술에 관한 한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미국의 스프린트 인텔 모토로라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위해 삼성과 손을 잡은 것 자체가 신화창조의 시작이라는 것.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종주국인 미국 시장을 새로운 기술로 뚫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스프린트가 와이브로를 차세대 이동통신 플랫폼으로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한국 통신 기술의 승리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와이브로 도입 결정은 '와이브로 세계화'를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와이브로는 한국에서 지난 5월 처음 상용화됐고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일본 등 7개국 9개 사업자가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이 와이브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와이브로 시스템 및 단말기의 수출 기회도 많아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세계 시장 규모(시스템 및 단말기)가 2007년 1조6000억원에서 2008년 3조8000억원,2009년 6조6000억원 등 매년 고속 성장을 거듭해 2010년에는 1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 스프린트 인텔 모토로라 라인은 절묘한 동맹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은 와이브로 기술보유자이고,스프린트는 차세대 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2.5기가헤르츠(GHz) 대역의 미국 내 주파수를 85%나 확보하고 있다.

인텔은 칩셋 제작과 통신기술 세계 표준화를 주도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모토로라는 미국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말기 제조회사다.

4사는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글로벌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삼성은 3사와 제휴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기술 주도권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고 스프린트는 미국에서 맨 먼저 와이브로를 도입함으로써 이동통신 3위 탈피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인텔은 삼성의 와이브로 기술을 받아들이는 대신 칩셋 공급이라는 현실적 이득을 챙기자는 속셈을 갖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