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자식들에게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기쁩니다."

나이가 50세인 데다 산재장해등급 3급인 전 주택은행 차장이 근로복지공단 신입사원으로 뽑혔다.

1983년 주택은행에 들어간 장본성씨는 순조로운 직장생활을 해오다가 1999년 12월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본점 차장으로 출근 준비를 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다행히 산재 판정을 받기는 했으나 더이상 정상적인 회사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 2001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장씨는 사회 복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건강을 추스리면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근로복지공단이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9명의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나이와 학력조건이 없어 응시할 수 있었다.

마침 장씨는 복지공단에서 산업 재해 인정을 받았던 터라 이곳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을 위해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할 때 합격을 자신하진 못했다.

더구나 경쟁률도 13 대 1이나 됐다.

하지만 그는 8월1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공단 일반직 신입사원 모집 역사상 최고령자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9월 초부터 정식 출근해 산재보험 징수,산재보험 보상,근로자 복지사업 등 일반 직원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장씨는 "은행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어떤 보직이 주어지든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 나의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