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필요해서 자사주를 팔려는 게 아닙니다."

사미르 투바이엡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48)가 에쓰오일이 매각을 추진 중인 자사주 28.4%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자사주 매각의 목적을 포함해 자신이 세워놓은 몇가지 기본 원칙을 밝힌 것.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인 투바이엡 CEO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일반적인 회사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돈이나 기술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은데 에쓰오일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매각의 목적은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공동으로 에쓰오일을 경영할 한국측 파트너를 찾기 위한 것으로 에쓰오일이 한국 기업으로서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바이엡 CEO는 "한국 회사를 새 주인으로 맞아 한국의 강점과 한국인의 지식을 경영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사주 매각이 △에쓰오일이 충남 서산에 짓기로 한 제2 정유공장의 설립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1999년 자사주를 사면서 떠안은 쌍용그룹 부채 8000억원의 상환시기(2009년)가 다가왔기 때문이라는 등의 해석을 부인한 것이다.

또 에쓰오일이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의 가교역할을 해왔고 대주주인 아람코도 안정적인 원유 공급 등 한국 경제에 적지 않게 기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에쓰오일은 외국계 기업이고 고배당을 통해 외국 자본을 살찌우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염두해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투바이엡 CEO는 "해외 석유 메이저들도 에쓰오일 자사주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돈이나 기술이 필요했다면 그런 회사들에 (자사주를) 매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에 대해 경쟁입찰을 붙이지 않은 건 금융사나 외국 기업들에 팔 생각이 전혀 없고 한국 국적을 가진 전략적 투자자를 파트너로 맞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람코가 35%,자사주를 매입할 '잠재적 파트너'가 28.4%의 지분을 갖게 되겠지만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동경영을 하는 건 당연하다"며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경영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에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일부의 시각도 반박했다.

투바이엡 CEO는 오히려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강조했다.

"저유황 경질유의 수요가 늘어나는 세계 석유제품 시장의 추세를 고려하면 에쓰오일은 이상적인 품질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자사주를 매입하는 회사는 이런 에쓰오일의 높은 수익성을 향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쓰오일과 아람코는 20년 후에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완벽한 결혼(perfect marriage)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유창재·사진=허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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