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피죤 회장(72)은 생활용품업계에서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162cm의 작은 키지만 다부진 몸매와 강인한 눈빛으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이런 모습은 '강소(强小) 기업' 피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공장 근로자까지 종업원 수를 모두 합해도 609명밖에 되지 않는 이 회사가 지금껏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을 '쉽게 넘볼 수 없는 곳'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P&G,유니레버,옥시레킷벤키저,CJ라이온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도 섬유유연제 시장에 만큼은 쉽사리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완고한 이미지의 겉모습과 달리 변화와 도전을 즐긴다.

그의 유연한 사고방식은 피죤,액츠 등 기존 국내시장에 없는 제품들을 내놓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오늘이 어제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업 경영에 성공할 수 없고,내일이 오늘과 같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업을 할 자격도 없다"고 늘 얘기해 왔다.

이 회장은 1970년대 동남합성이라는 화학회사를 경영할 때 공업용 유연제 '하이론K'를 생산했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유럽 등지의 화학회사를 많이 찾아다닐 때였다.

이때 세탁기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 가정에서는 섬유유연제 사용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내놓은 게 국내 최초의 섬유유연제 피죤.이 제품을 위해 같은 이름의 회사도 새로 차렸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피죤은 한번도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하지만 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은 피죤이 먼저 내놓는다.

이 회장이 직원들에게 항상 '변화'를 주문하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돌아갈 제품은 자연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도 이 회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다.

제품 자체를 친환경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공장의 오·폐수 정화시설도 최고로 갖췄다.

충북 진천공장에서 나오는 물에 붕어를 키울 정도다.

그는 "섬유유연제나 액체세제 등은 모두 사용시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멍에를 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환경경영을 통한 신뢰 구축은 우리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고 말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