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법조비리에 연루된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여론에 영합한 잘못된 결정'이라며 정식으로 비판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인식은 법조 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정진경 고양지원 부장판사는 10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영장관련 유감'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구속사유는 판사가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인신과 관련된 것으로 엄격히 법의 취지에 맞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피의자가 부인한다고 구속함으로써 유리한 증거를 수집,법원에 제출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피의자에게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구속수사 원칙과 관련한 반성,그 관철을 얘기한 지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법원은 아직도 여론 운운하며 현실과의 타협에 안주하고 있다.

이것은 불구속수사 원칙에 대한 강고한 의지를 갖춘 사람보다 검찰과 관계에 문제되지 않을 사람을 영장담당 판사로 지정한 법원행정 책임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 판사는 끝으로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법과 원칙이 엄격히 준수돼야 할 법원에서 외부 여론에 영합해 법원 구성원이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들이 법원행정 책임자의 무원칙한 타협과 편의 제공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냉철하게 반성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관행 전 부장판사는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억원대의 금품을 받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