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중견작가들이 미술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상업화랑에선 전시 수익성이 낮아 개인전 유치를 외면하고 있는 데다 컬렉터들 역시 투자를 꺼려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열린 전시회 5000여건 가운데 중견작가 전시회는 30% 수준으로 젊은 작가 전시(3000여건)의 절반에 머물렀다.

특히 주요 상업화랑에서 이뤄진 전시는 가나아트센터의 고영훈전을 비롯해 국제 갤러리의 구본창,표화랑 곽훈,예화랑의 중견작가 그룹전 등 고작 10여건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왜 위축되나=화랑업계에서는 중견작가의 작품가격 산정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꼽는다.

김병종씨를 비롯해 박대성 오용길 한만영 한운성씨 등의 작품가격은 작가 개인 호가와 시장가격 사이에 최고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오치균 이석주 이두식 이희중 지석철 김일해 등도 호가는 호당 30만~40만원 선이지만 시장 유통가는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렇다 보니 상업화랑들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인전 유치를 꺼리는 실정이다.

또 젊은 작가들은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표현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당수 중견작가들은 예전의 화풍과 트렌드에 얽매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는 "중국 작가 쪄춘야의 경우 예전에 녹색개를 주로 그렸지만 최근에는 젊은 디지털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실험적인 화풍으로 전환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국내 중견작가들도 도전정신을 갖고 변화를 따라잡아 가면 새로운 시장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전망=화랑가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중견작가는 고영훈을 비롯해 김병종 이왈종 등 2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미술시장의 기형적인 발전이 우려된다.

중견작가들의 시장 공백이 지속될 경우 작가뿐만 아니라 화랑,경매 등 미술시장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미술지원 정책이 일부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장은"이기봉을 비롯해 조덕현 양주혜 오수환 곽훈 오치균 지석철 등 100여명은 미술시장 호황기였던 1990년대 초 상한가를 쳤던 작가군에 속했다"면서 "미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유망한 중견작가 육성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