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이 혼돈의 시대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여당과 정부,청와대의 갈등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정부부처간,여기에 한국은행까지 가세해 손발이 맞지 않거나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을 내놓고 있어 참으로 걱정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를 되살릴 방법은 없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은 내년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의 최대 현안인 수도권 규제 완화,폭넓은 경제인 사면,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을 여당이 약속했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자는 뜻을 모아 재계의 의견을 수렴해 어렵사리 말을 꺼낸 여당의 경제인 사면(赦免) 건의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정치인들만 대거 포함시켰다.

출총제 폐지는 여당은 물론 재정경제부 산자부 등 정부부처들도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주무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더 엄격한 규제인 순환출자 금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기업실상은 전혀 알지 못한 관념적이고 탁상공론적인 정책발상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세계 어느나라가 이런 식으로 기업들의 투자활동을 막는 제도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납득하기 힘든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다.

이번에는 올릴 수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확고한 믿음을 보란듯이 뒤집었다. 금융통화위원들이 늘 강조하듯 금리결정은 한은의 고유권한이란 점을 과시한 것인가.

한은의 경기전망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이성태 총재는 금리인상 배경을 설명하면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경기는 하방위험이 생겼다"고 했다.

경기하강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동안 강조해왔던 '금리운용의 선제적 대응'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 것인가.

경기가 나빠질 예상이라면 선제적 대응조치로 금리를 인하해야 맞는 것 아닌가.

경제정책이 이처럼 혼란스럽다 보니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 투자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투자를 살리지 않고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당·정·청은 더 이상 혼란만 부추기지 말고 우리 경제의 현실에서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좀더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