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300여km 떨어진 델게르항.지난 7일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한 20여대의 자동차가 초원의 비포장도로를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해외 원조단체인 월드라이트의 의료봉사단장인 황성연 한의사(41·KMSI 연구소장)가 월드라이트 회원과 자원봉사자 등 40여명과 함께 내렸다.

황 단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바로 진료에 들어갔다.

봉사단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이미 보건소에 모여 있었다.

이홍주 변호사(42) 등 10여명의 봉사단원들이 황 단장의 진료를 도왔고, 당일증 크린에어텍 대표(53) 등 나머지 봉사단원들은 주민들에게 학용품과 의류 식료품 의약품 등을 나눠줬다.

"따끔합니다. 아프더라도 참으세요."

황 단장은 월드라이트 몽골지부 직원인 오연가씨의 통역을 받아가며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침 치료에 여념이 없었다.

쉴새없이 밀려드는 환자로 그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생전 처음 보는 침에 몽골인들은 잔뜩 겁먹기도 했다.

한창 치료 중인데 갑자기 한 어른이 9살 정도 된 어린이를 안고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아들이 말을 타다 떨어졌는데 팔을 들지 못해 급하게 뛰어왔다는 것이다.

팔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황 단장은 "팔이 빠졌다"며 어깨 부위에 침을 놓은 뒤 팔을 돌려 맞췄다.

그러자 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던 어린이가 몇 분이 지나 혼자서 팔을 어깨높이로 들어올렸다.

주위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터졌다.

이곳 주민 요라씨(63)는 "도시가 멀어 병원에 갈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먼 한국에서 와 도와주니 감사하다"며 "또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130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으며 일부는 링거를 맞기도 했다.

월드라이트 운영위원장인 당 대표는 "한·몽골간 교류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월드라이트와 몽골랠리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몽골인 치료와 의류 의약품 식료품 학용품 지원을 월드라이트가 맡았고, 몽골랠리협회는 차량을 제공했다.

40여명의 봉사단과 10여명의 몽골랠리협회 회원들은 3박4일 동안 몽골 초원 1155km를 가로지르는 대장정을 하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델게르항은 봉사단의 첫 번째 목적지였다.

봉사단원들은 옴믄델게르항과 바트시레트 등지에서 봉사 및 구호활동을 한 뒤 10일 울란바토르로 돌아왔다.

울란바토르=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