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상술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사람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다.

다른 것도 아닌 그 흔한 물을 팔았기에 누구나 피식하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세계적으로도 물장사는 아마 조선 후기에 살았던 김선달이 최초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물을 허투루 쓸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갈수록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마트의 선반에는 저마다의 성분을 자랑하는 수십종의 '물'브랜드가 즐비하고 고급화되는 추세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석유값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부족사태는 해를 거듭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유엔의 설명이다.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과 러시아도 물부족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경우는 대도시의 절반가량이 갈증에 허덕이고,인구의 3분의 1이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자원이 풍부하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는 미국기업들이 다투어 '물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이 석유처럼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한다.

앞으로 4년 후면 물산업시장이 무려 1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물 산업 관련주들이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거나 샤워를 하거나 물을 마실 때마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물 문제에 있어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연평균 강우량이 1300mm라고 하지만 올해처럼 70%가량이 여름철에 집중되는 탓에 수자원관리가 여의치 못해 '물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다.

지금까지 세계시장은 자본과 정보력이 지배했지만 장래에는 '물'이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연초에 발표한 '물산업 육성방안'이 하루빨리 논의단계에서 벗어나 적극 추진돼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