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과 검찰이 '짝퉁' 명품의 처리 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압수와 압류 등을 통해 확보한 짝퉁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모두 다 태워 없애자니 적잖은 돈이 드는 데다 불우이웃에게조차 함부로 기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몰래 국내로 반입했다가 압수된 가짜 명품은 937건으로 진품의 시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7272억원어치에 달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짝퉁은 641건에 1593억원어치.상반기 추세가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지난해보다 건수로는 2.9배,금액으로는 10.9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 선호 풍조 속에 폭증한 품목은 의류와 시계,가방 등이다.

의류는 지난해 190건(396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만 328건(1274억원)이 압수됐다.

가방의 경우 지난해 337억원에서 올 상반기 1428억원을 기록했다.

카르티에,롤렉스 등의 명품 상표를 단 짝퉁 시계 역시 2332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530억원)을 이미 큰 폭으로 넘어섰다.

인천세관은 2년 전부터 의류에 한해 압수 짝퉁 제품을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인천세관이 기증한 짝퉁 의류는 총 3만6000여점.상표권자의 허락이 떨어지면 직원들이 짝퉁 의류의 상표를 일일이 뗀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리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외부로 반출하는 행위는 상표법을 어기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불우이웃돕기에도 사용할 수 없는 짝퉁은 소각한다.

인천세관은 한 번에 10~20t 분량의 짝퉁을 한 해 4~5차례씩 태운다.

여기에만 연간 1500만~2000만원이 들어간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들어 인천세관처럼 상표를 떼고 짝퉁 명품들을 기증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표권자의 반발이 있는 데다 상표를 낱낱이 제거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아 짝퉁을 기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수사 및 단속 등으로 검찰에 들어오는 짝퉁은 늘고 있어 청사 내 보관창고는 이미 꽉찬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짝퉁 보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표권자에게 압수물을 맡기려 했지만 실패했다.

컨테이너 몇 대 분량에 달하는 짝퉁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가며 보관하겠다는 상표권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짝퉁 판매업자에게 짝퉁을 보관시키기도 했다.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기 이전까지 보관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발상에서였다.

그러나 일부를 빼돌려 재판매하는 사건이 발생,이 방법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소각은 환경오염 우려가 큰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검찰청 차원에서 짝퉁 처리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