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이미 유비쿼터스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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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대에 한국 지하철을 타보라.
정보통신 기술 강국인 한국의 수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외국 정보통신 기업인은 지하철을 타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한 한국 기업의 초청으로 방한했다는 그는 "어느날 퇴근시간대에 분당선을 탔는데 젊은 승객들이 저마다 IT(정보기술)기기를 가지고 놀고 있더라"면서 "지상도 아닌 지하철에서 모든 기기가 작동되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전혀 이런 풍경을 접할 수 없었다"면서 "한국 지하철에서 미래 유비쿼터스 세상을 보는 듯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5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는 오늘날의 '지하철 IT세상과 그 문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9일 오후 8시 지하철 분당선.퇴근시간대가 조금 지난 시각이어서인지 지하철 칸은 여유로워 보인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한숨을 돌리고 눈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면 아주 흔하면서도,아주 색다른 풍경 하나를 만난다.
1년 전만 해도 보지 못한 지하철 문화가 칸칸마다 있다.
바로 지하철에서 보는 IT생활상이다.
휴대폰에서 MP3플레이어,휴대게임기,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와이브로까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학생.그는 열심히 두 엄지손가락을 움직인다.
귀에는 단말기에 연결된 이어폰이 꽂혀 있다.
소리는 안들린다.
그는 무릎 위에 단말기를 올려 놓고 열심히 키를 누른다.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PSP) 게임에 푹 빠져있는 것.그의 곁에 다가가 화면을 내려다 보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4.3인치 크기,16 대 9의 LCD 화면에 뜬 게임은 격투게임 '철권DR'.한 게임이 끝나자 그는 다시 레이싱게임 '릿지레이서'로 빠져들었다.
눈을 돌려 건너편을 본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 승객은 열심히 화투를 치고 있다.
휴대폰에 내장돼 있는 '고스톱'에 식상했는지 유료 서비스에 접속해 다른 사람과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모바일 기기로 고스톱을 치는 사람은 대개 한 칸에 5~7명 정도 된다.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 동영상을 즐기는 승객도 많다.
동영상을 즐기는 부류는 크게 2가지.DMB와 PMP다.
30대로 보이는 직장인은 넥타이를 푼 채 위성DMB로 야구경기를 보고 있다.
이승엽이 뛰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중계방송을 퇴근길 지하철에서 즐긴다.
이승엽이 홈런이라도 친 듯 그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다른 쪽에 앉은 젊은 사람도 같은 경기를 보는 듯 나즈막한 소리로 "나이스 플레이"를 내뱉는다.
주요 스포츠경기를 퇴근길에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위성DMB를 즐기는 사람을 요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이승엽이 역전 홈런을 치기라도 하면 지하철에서 '와~'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위성DMB를 가진 사람 옆에 앉거나 뒤에 선 사람 중 훔쳐보는 이도 적지 않다.
위성DMB가 지하철 IT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은 확실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지성 경기도 아침 저녁 퇴근시간대에 재방송할 예정이어서 위성DMB는 지하철에서 더욱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DMB를 보는 승객들도 많다.
10대 후반부터 40대에 이르기는 다양한 연령층이 지하철에서 뉴스 드라마 스포츠 버라이어티쇼를 본다.
드라마 한 편을 보다 보면 집에 도착한다.
특히 저녁 늦게 하는 '주몽' 등을 보는 사람도 많다.
이날 저녁 퇴근길에는 황금시간대에 하는 드라마를 보다 내릴 곳을 지나친 승객도 있었다.
후다닥 출구를 향해 나가는 승객은 대부분 DMB 시청에 몰두하다 하차역을 놓친 경우가 적잖다.
지난 월드컵 기간에는 각종 특집방송을 DMB로 보는 출퇴근자들이 많아 DMB 월드컵이란 용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휴대폰과 MP3로 음악을 내려받아 퇴근길 피로를 푸는 직장인은 이제 흔해졌다.
힙합바지를 입은 청년은 옆에 있는 사람의 귀에도 들릴 만큼 음악 소리가 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양한 PMP도 지하철에서 쉽게 만난다.
이날 경로석과 가까운 자리에 앉은,몸집이 제법 큰 20대 후반 여성 직장인은 미리 내려받은 일본 만화영화를 보고 있다.
일본 사무라이로 보이는 주인공이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 푹 빠져 있다.
옆에 앉은 남자친구도 화면을 응시하느라 여념이 없다.
요즘 PMP는 DMB까지 내장돼 있어 목격 빈도가 늘고 있다.
분당선의 하이라이트는 와이브로.KT가 시범 서비스와 상용화를 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노트북을 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이날 지하철에서는 3명의 대학생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포털을 검색하고 있다.
메일을 체크하고 미니홈피에도 접속해 댓글을 단다.
달리는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모습이 분당선에 있는 셈.
외국인의 말대로 한국 지하철은 단순한 지하철이 아니다.
이 속에는 최첨단 통신망이 설치돼 있다.
큰 소리로 전화하고 벨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리는 저급한 이용문화만 개선된다면 한국 지하철은 IT기술과 문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정보통신 기술 강국인 한국의 수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외국 정보통신 기업인은 지하철을 타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한 한국 기업의 초청으로 방한했다는 그는 "어느날 퇴근시간대에 분당선을 탔는데 젊은 승객들이 저마다 IT(정보기술)기기를 가지고 놀고 있더라"면서 "지상도 아닌 지하철에서 모든 기기가 작동되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전혀 이런 풍경을 접할 수 없었다"면서 "한국 지하철에서 미래 유비쿼터스 세상을 보는 듯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5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는 오늘날의 '지하철 IT세상과 그 문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9일 오후 8시 지하철 분당선.퇴근시간대가 조금 지난 시각이어서인지 지하철 칸은 여유로워 보인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한숨을 돌리고 눈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면 아주 흔하면서도,아주 색다른 풍경 하나를 만난다.
1년 전만 해도 보지 못한 지하철 문화가 칸칸마다 있다.
바로 지하철에서 보는 IT생활상이다.
휴대폰에서 MP3플레이어,휴대게임기,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와이브로까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학생.그는 열심히 두 엄지손가락을 움직인다.
귀에는 단말기에 연결된 이어폰이 꽂혀 있다.
소리는 안들린다.
그는 무릎 위에 단말기를 올려 놓고 열심히 키를 누른다.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PSP) 게임에 푹 빠져있는 것.그의 곁에 다가가 화면을 내려다 보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4.3인치 크기,16 대 9의 LCD 화면에 뜬 게임은 격투게임 '철권DR'.한 게임이 끝나자 그는 다시 레이싱게임 '릿지레이서'로 빠져들었다.
눈을 돌려 건너편을 본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 승객은 열심히 화투를 치고 있다.
휴대폰에 내장돼 있는 '고스톱'에 식상했는지 유료 서비스에 접속해 다른 사람과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모바일 기기로 고스톱을 치는 사람은 대개 한 칸에 5~7명 정도 된다.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 동영상을 즐기는 승객도 많다.
동영상을 즐기는 부류는 크게 2가지.DMB와 PMP다.
30대로 보이는 직장인은 넥타이를 푼 채 위성DMB로 야구경기를 보고 있다.
이승엽이 뛰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중계방송을 퇴근길 지하철에서 즐긴다.
이승엽이 홈런이라도 친 듯 그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다른 쪽에 앉은 젊은 사람도 같은 경기를 보는 듯 나즈막한 소리로 "나이스 플레이"를 내뱉는다.
주요 스포츠경기를 퇴근길에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위성DMB를 즐기는 사람을 요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이승엽이 역전 홈런을 치기라도 하면 지하철에서 '와~'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위성DMB를 가진 사람 옆에 앉거나 뒤에 선 사람 중 훔쳐보는 이도 적지 않다.
위성DMB가 지하철 IT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은 확실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지성 경기도 아침 저녁 퇴근시간대에 재방송할 예정이어서 위성DMB는 지하철에서 더욱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DMB를 보는 승객들도 많다.
10대 후반부터 40대에 이르기는 다양한 연령층이 지하철에서 뉴스 드라마 스포츠 버라이어티쇼를 본다.
드라마 한 편을 보다 보면 집에 도착한다.
특히 저녁 늦게 하는 '주몽' 등을 보는 사람도 많다.
이날 저녁 퇴근길에는 황금시간대에 하는 드라마를 보다 내릴 곳을 지나친 승객도 있었다.
후다닥 출구를 향해 나가는 승객은 대부분 DMB 시청에 몰두하다 하차역을 놓친 경우가 적잖다.
지난 월드컵 기간에는 각종 특집방송을 DMB로 보는 출퇴근자들이 많아 DMB 월드컵이란 용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휴대폰과 MP3로 음악을 내려받아 퇴근길 피로를 푸는 직장인은 이제 흔해졌다.
힙합바지를 입은 청년은 옆에 있는 사람의 귀에도 들릴 만큼 음악 소리가 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양한 PMP도 지하철에서 쉽게 만난다.
이날 경로석과 가까운 자리에 앉은,몸집이 제법 큰 20대 후반 여성 직장인은 미리 내려받은 일본 만화영화를 보고 있다.
일본 사무라이로 보이는 주인공이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 푹 빠져 있다.
옆에 앉은 남자친구도 화면을 응시하느라 여념이 없다.
요즘 PMP는 DMB까지 내장돼 있어 목격 빈도가 늘고 있다.
분당선의 하이라이트는 와이브로.KT가 시범 서비스와 상용화를 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노트북을 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이날 지하철에서는 3명의 대학생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포털을 검색하고 있다.
메일을 체크하고 미니홈피에도 접속해 댓글을 단다.
달리는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모습이 분당선에 있는 셈.
외국인의 말대로 한국 지하철은 단순한 지하철이 아니다.
이 속에는 최첨단 통신망이 설치돼 있다.
큰 소리로 전화하고 벨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리는 저급한 이용문화만 개선된다면 한국 지하철은 IT기술과 문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