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배급사 쇼박스는 14일 현재 940만명이 이 영화를 봤으며 개봉 21일째인 16일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써 한국영화로는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왕의 남자'에 이어 4번째이자 역대 최단 기간에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영화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39일이었다.

'괴물'은 현재의 흥행추이를 고려할 때 '왕의 남자'가 작성한 역대 최고 흥행기록(1230만)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흥행수입은 얼마나 되나

쇼박스측 관계자들은 '괴물'의 흥행이 적어도 '왕의 남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 1250만명을 동원할 경우 총 입장 수입은 750억원,투자배급사측 수입은 이 중 절반인 37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해외 수출과 부가판권매출 등을 합친 총수익은 475억원. 총수익에서 총제작비 155억원을 뺀 순이익은 3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괴물'의 해외수출액은 다른 세 작품보다 높은 70억원에 이르고 현지 흥행실적에 따라 추가수익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사이자 제작사인 청어람의 몫은 순이익 중 40% 선인 128억원,투자 및 배급사인 쇼박스 몫은 약 20%인 64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괴물'에 부분투자자로 참여한 엠벤처창투사와 튜브픽쳐스 등도 일정비율의 수익을 나눠갖게 된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투자지분율은 10%를 약간 웃돌기 때문에 40억원 안팎을 거머쥘 전망이다. 주연배우 송강호도 개런티와 투자수익금을 합쳐 약 15억원을 받게 된다. 그는 촬영에 들어갈 무렵 제작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개런티 5억원을 전액 투자로 돌려 수익지분율 3%를 확보했다.

한국영화의 새 영역 개척

액션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사극 '왕의 남자' 등은 기존 장르를 업그레이드한 영화였다. 그러나 '괴물'은 한국영화계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팬터지 분야에서 이룬 성과여서 주목된다. 팬터지는 할리우드 영화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분야다. '괴물'은 특수효과로 창조된 캐릭터들을 내세운 팬터지영화가 한국에서도 기획 제작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함으로써 '상상가능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괴물'은 해외에서도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해외영화제들에 잇따라 초청돼 좌석이 동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스크린 독점 논란

'괴물'의 초특급 흥행은 역대 가장 많은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데 크게 힘입은 게 사실이다. 620개는 전체 스크린(1648개)의 38%에 해당된다. 2주 앞서 개봉된 '한반도'의 스크린 수 500여개를 합치면 두 작품이 점령한 스크린 수는 무려 1120개에 달한다. 이로써 두 작품과 개봉 시기가 겹친 '플라이 대디''각설탕''다세포소녀''아파트''아랑''스승의 은혜' 등의 스크린수는 모두 300개에 불과했다. 원천적으로 흥행성적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개봉관 수 제한 △프린트 벌 수 제한 △작은영화 개봉시 스크린의 법적 보장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영화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가령 'CGV 인디영화관'처럼 멀티플렉스에 일정수의 저예산 예술영화관 설치를 법제화하는 '마이너리티 쿼터'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상업영화 위주로 개봉하는 대기업 중심의 멀티플렉스에 대한 소유구조 개선안도 거론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시행에 따른 정부지원자금 일부를 범 독립영화관 체인망에 지원하고 정부가 운영을 감독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달 말께 극장사업자와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