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부차관의 전격적인 경질 사유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산하기관 인사를 둘러싼 파행적 행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청탁에 대한 거절이 유 차관 경질의 결정적 사유가 됐는지 그 여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동안 곳곳에서 산하기관 인사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왔던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시스템에 따른 인사를 강조해왔다. 심지어 대통령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과거 어느 정권보다 청와대가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고,그 원칙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정부투자기관 등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물론이고 소관부처 장관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마저도 사실상 청와대를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추천위원회를 거쳐 장관이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후보들을 제청하더라도 청와대가 퇴짜놓기 일쑤여서 두 번, 세 번 공모에 들어가는 기관들도 한두 곳이 아니었다. 결국은 청와대가 점찍은 인사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할 바에는 구태여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차라리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우리는 이른바 코드인사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느 선진국에서도 자격이나 능력이 안되는 인사를 단지 코드가 맞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구잡이로 등용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권력의 남용(濫用)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인사청탁이 판을 칠 가능성이 높고 보면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