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11일 고점 이후 지난 11일까지 3개월 동안 외국인은 9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팔자' 기세를 꺾지 않고 있다.

14일에도 코스닥시장 포함,27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국내 기관들이 소화하면서 주가지수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1300선에서 상승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낙관론자들은 신흥시장 중 한국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매도 움직임은 차익실현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미국의 인플레 불안 또한 잠복해 있어 외국인의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다만 매도의 강도는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만 줄기찬 매도세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중 외국인 비중은 지난 11일 기준 38.76%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10월2일(38.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8월 41.9%에 달했지만 이후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5월에는 40% 이하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주식보유 금액도 지난 1월 말 271조원에서 11일에는 254조원으로 줄었다.

외국인은 지난 5월 3조5371억원 이상을 순매도한데 이어 6월과 7월에는 각각 2조6701억원,1조5833억원을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으로 순매도액이 줄어들어 잠시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매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2주 만에 순매도액은 이미 1조1412억원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머징 증시 중 유독 한국에서만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 외국인들은 대만에서 6455억원 순매수했고 태국과 인도에서도 1000억원 이상씩의 주식을 사는 등 신흥증시에서 매수세로 돌아섰다"며 "한국시장만 매도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머징시장 중 한국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경기흐름이 관건일 듯

전문가들은 경기 향방에 따라 외국인들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2분기부터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수출과 내수 등 경기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 팀장은 "외국인이 2003∼2004년에 24조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지난해부터 약 10조원어치를 순매도한 점을 감안하면 매도 물량이 더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글로벌 인플레 우려와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여전히 매도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운용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매도로 한국 비중이 이미 상당부분 하락한 까닭에 매도 강도는 차츰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