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물류회사들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다.

매년 30% 안팎씩 커가고 있는 중국 물류시장의 성장 과실을 따내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물류 전문회사들은 상하이 칭다오 등 주요 도시에 물류거점을 마련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물류시장이 급성장한다고 해서 그 과실이 아무에게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 로컬회사와 선진국 대형 물류회사가 '파이 나눠먹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물류 전문 업체인 코치나(KORCHINA)는 그 물음에 해답을 제시해 준다.

박봉철 회장은 1994년 직원 3명과 함께 홍콩의 허름한 지하 사무실을 빌려 회사를 차렸다. 당시 코치나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수천개 포워딩 회사(수출입 대행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금 직원 500여명(한국인 50명),연 매출액 1억달러를 돌파한 '작지만 강한 회사'로 우뚝 섰다.

2005년 말 홍콩의 2500여개 물류서비스 업체 중 매출액 순위 50위(홍콩화물대리점협회 집계)를 기록하기도 했다.

90년대 말부터 추진한 '중국 허브(중심)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코치나는 97년 중국시장에 뛰어들면서 주요 도시에 물류거점을 늘려갔다.

상하이 선전 톈진 등 동부 14개 도시에 법인을 세웠다.

이들 14개 중국 도시는 다시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에 세워진 물류법인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물류네트워크'로 통합됐다.

코치나의 물류 허브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었던 셈이다.

최재형 코치나 상하이법인 법인장은 "중국이 2001년 말 WTO에 가입한 후 수출이 매년 30% 안팎씩 늘면서 코치나의 비즈니스 규모도 함께 늘었다"며 "일찌감치 물류망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90년대 말 이후 코치나는 매년 35~45%(매출액 기준) 속도로 성장해 오고 있다.

국내에 본부를 둔 한국 물류전문회사들은 2~3년 전에야 중국에 본격 진출,코치나와 같은 홍콩 싱가포르 등의 업체에 크게 뒤졌다.

이들은 수 만개에 달하는 중국 물류전문회사와 DHL 페덱스 엑셀 EI 등 서방 대형 물류회사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진출했던 기존의 많은 전문 회사들이 제대로 영업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사례도 적지 않다.

후발 한국업체들이 선택한 전략은 '종합물류'다.

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쌓은 종합물류 노하우를 활용해 창고건설,컨테이너야적장 임대,3자물류 등 다각적인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STX팬오션이 최근 칭다오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임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범한물류,CJ GLS 등도 칭다오 상하이 등에 진출해 터를 닦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물류 서비스시장 진출은 경쟁회사들보다 빠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늦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중국 업체의 서비스 수준은 아직 떨어지고 외국 업체들은 규제에 묶여 최근에야 본격 서비스에 나섰기 때문입니다."(상하이물류협회 왕린 회장)

대기업그룹 물류회사들은 '중국 내 계열사 물류는 내 손으로 처리한다'는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의 글로비스,LG전자의 하이로지스틱스,삼성그룹의 삼성물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삼성물산은 그동안 그룹사의 '물류 심부름꾼'에서 벗어나 그룹 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3자물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가 광둥성 둥관에 설립한 6000평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에서 처리하는 물량의 30%는 에릭슨 노키아 등 비 계열사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동북아의 물류 중심이라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중국의 성장세를 한국 물류 발전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류에서 한국과 중국의 국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황중 한진해운 상하이법인장은 "이제는 좁은 한국시장에서 싸우기보다는 급성장하는 중국의 물류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투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