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한 패턴,광택 있는 블랙 컬러,극도로 단순화된 디자인.'

김태희가 광고모델로 나선 '초콜릿폰' 얘기가 아니다.

올 가을 남성복 경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블랙 슬림룩'이다.

가슴둘레와 허리둘레의 차이가 8~10cm인 4,5드롭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고 14~16cm 허리가 움푹 들어간 7~8드롭 제품이 제 세상을 만났다.

색상은 블랙이 주종을 이룬다.

디자인에서도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신사복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장식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여성적 느낌이 더해진 스타일이 유행할 전망이다.

버버리나 폴스미스 아르마니 등의 해외 명품 브랜드 남성복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도 이런 흐름은 완연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국내 브랜드에서도 슬림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남성복이 많이 준비되고 있다.

실루엣을 강조하는 경향도 한층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허리 라인이 좁게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허리선의 위치가 약간 위쪽으로 올라오고 재킷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전체적으로 하체가 길어보이는 스타일이 각광받고 있다.

'로맨티시즘'의 영향이 남성복까지 확산된 결과로 다소 여성적인 느낌이 가미된 스타일이 인기를 끌 것 같다.

○테일러드 수트(tailored suit)의 강세

기성복이면서도 맞춤 신사복 느낌이 나는 테일러드 수트가 각 브랜드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1970년대 맞춤 신사복처럼 투버튼에 트임이 두 개 달린 스타일로 클래식한 느낌을 살린 제품이 대거 준비되고 있다.

이러한 수트는 몸에 붙는 듯 실루엣과 좁은 깃(peaked lapel)이 특징이다.

맞춤복의 클래식한 느낌에 '슬림 피트'의 모던한 감수성이 결합된 스타일인 것.이은경 '빨질레리' 디자인 실장은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신사복도 절제된 세련미가 강조되고 있다"며 "따라서 과거 수제 맞춤 신사복의 느낌을 살린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고전적인 맞춤복 스타일로 회귀함에 따라 단추가 2개인 '투버튼 정장'은 더욱 대중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제품중에 두 개의 트임이 들어간 스타일도 늘어났다.

대신 실루엣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장은 예전의 맞춤복보다 다소 짧아졌다.

○블랙,그레이 등 모노톤 컬러 유행

올 가을 시즌 트렌드 컬러는 단연 블랙이다.

이와 함께 심플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그레이시 컬러'도 강세다.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모노톤을 중심으로 해 세련된 느낌을 살린 컬러 코디네이션이 유행할 전망이다.

기본 컬러 조합인 블랙과 화이트의 매치를 비롯 다양한 톤의 그레이 컬러가 함께 사용된다.

차콜 그레이(흑회색),다크 그레이시 블루(짙은 청회색) 등도 주목해야 할 컬러다.

작년 가을 유행했던 블랙과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점도 있다.

올 가을엔 은은하게 조직감이 드러나는 스트라이프를 가미해 솔리드 컬러와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수트가 많아진 것.아울러 블랙 컬러가 줄 수 있는 답답한 느낌을 피하기 위해 블랙과 화이트를 매치한 뒤 광택나는 넥타이를 매는 '모노크롬 코디'의 인기가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셔츠와 타이는 'Slim & more'

남성복의 실루엣이 전체적으로 슬림해지고 길이도 짧아지면서 셔츠와 타이 역시 그 경향을 따르고 있다.

셔츠는 정장의 컬러 트렌드인 모노톤 코디에 어울리도록 화이트와 블루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젊은 층의 경우엔 블랙과 잘 어울리는 핑크 바이올렛 오렌지 색상도 간간이 눈에 띈다.

정희진 '갤럭시' 디자인실장은 "셔츠의 실루엣 역시 예전보다 많이 슬림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슴둘레와 어깨둘레를 줄이거나 가슴에서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곡선을 강조하는 슬림 패턴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셔츠에는 넥타이 역시 폭이 좁은 것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셔츠가 단순히 슬림해진 것만은 아니다.

스티치 보석단추 자수 패치 등 절제된 장식 요소는 더욱 늘었다.

셔츠 전체 물량에서 이런 장식적인 셔츠는 작년 가을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넥타이의 경우에는 은은한 광택감을 가진 핑크와 레드 와인컬러가 신제품의 주종을 이룬다.

소재는 100% 실크가 강세인 가운데,컬러풀한 안감을 사용한 고급스러운 타이가 증가했다.

넥타이를 수놓는 가장 대표적인 무늬는 '올 오버(작은 무늬가 사방연속으로 새겨져 있는 패턴)'와 작은 페이즐리 무늬다.

예년보다 더욱 촘촘한 조직감이 느껴지는 제품이 많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