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C종합건설의 손성연 사장(46)은 요즘 매주 수요일이면 개성공단에 들어간다.

지난 4월부터 개성공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장 건축 현장을 챙기기 위해서다.

다섯 달째 드나들다 보니 이제는 북측 출입사무소(CIQ)에서 만나는 여성 근무원과도 친숙해졌다.

손 사장은 "만날 때마다 살갑게 인사를 하는 여성 근무원에게 브로치를 선물하고 싶은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아직 건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NC종합건설은 개성공단 본단지에 입주할 평화제화와 좋은사람들의 공장 신축 공사를 맡고 있다.

본단지 입주 예정 업체 중 첫 번째로 지난 4월 착공한 평화제화는 골조공사가,5월에 착공한 좋은사람들은 바닥 콘크리트 다지기 공사가 한창이다.

손 사장은 "현재 본단지에 착공한 5개 기업 중 2곳을 우리 회사가 맡았다"며 "올 연말께면 2곳을 더 착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본사 직원 3명과 대산공영 미래전기 등 협력업체 직원 20명을 개성공단에 두고 있으며 북한 근로자를 40명 고용하고 있다.

북측 근로자들의 연령층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여성 근로자도 2명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김일성대학 기계학과를 나온 엘리트다.

손 사장은 "북한 건설근로자들의 기술력은 남한 기술자에 비해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작업을 할 때 꾀 부리지 않고 곧이 곧대로 하는 우직함과 순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성 토목설계사 1호로 남광토건 대림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업체에서 20년간 잔뼈를 키워온 손 사장은 2000년 4월 CNC종합건설을 창업했다.

이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을 살린 시공으로 실력을 다져온 손 사장은 회사를 여성 중소 건설업체 중 가장 먼저 개성에 진출시킨 주인공이 됐다.

손 사장의 개성 진출 준비는 작년 말부터 시작됐다.

개성공단 본단지에 입주할 24개 중소 제조업체가 확정되자 손 사장은 이들 기업을 찾아다니며 수주활동을 폈다.

하지만 기업들의 첫 반응은 '중소 건설업체를 뭘 믿고…,여자 사장이 어떻게…' 하는 식이었다.

약속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 1시간 이상 기다리다 허탕치고 돌아온 경우도 다반사였다.

손 사장은 "공사를 수주하러 다니다 과로로 쓰러지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이런 류의 편견에는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입주 예정 업체들에 일일이 공장설계 도면을 제안하고 회사의 시공능력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 결과 마침내 평화제화 공장 신축 공사를 따냈고 이어 좋은사람들 공장 건설도 수주했다.

두 공사의 수주 금액은 약 55억원.최근에는 개성공단에 들어설 호텔,주유소,충전소를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하기도 했다.

손 사장은 "개성공단 시공물량 덕분에 올해는 매출액이 3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개성공단에 들어설 기업들의 공장 준공 초석에 우리 회사 이름을 계속 새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