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LG카드 인수 우선협상자로 내정됐다.

15일 금융계와 정부당국 등에 따르면 LG카드 매각작업을 주간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농협,신한금융,하나금융그룹 등 3개 회사가 제출한 LG카드 입찰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최고 점수를 받은 신한금융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발표는 16일 있을 예정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전체 배점의 70%와 30%를 차지하는 가격,비가격 부문 모두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의 LG카드 인수가 끝나면 신한금융은 국민은행과 함께 국내 금융산업의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치열한 1위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비가격부문 모두 우세

지난 10일 입찰제안서 제출이 마감된 직후 금융권에서는 LG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부문에서 하나금융이 가장 앞섰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하나금융 윤교중 사장이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가격을 많이 써냈다"고 밝히는 등 하나금융쪽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가격부문에서도 신한금융이 주당 6만8000원대를 써내 6만7500원대를 적은 하나금융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물량의 경우 전체 지분(1억2536만9403주)의 85%를 희망했다. 이에 따라 LG카드의 '몸값'은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인 7조2000억원에 달했다.

비가격부문에서도 인수 후 경영 및 자금조달 계획 측면에서 신한금융이 농협,하나금융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의 경우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조합예치금을 투자하게 하는 방식이 국내 M&A 역사상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하나금융은 경영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사모펀드(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게 약점으로 꼽혀왔다.

○LG카드 인수 시너지 클 듯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LG카드의 총자산은 11조8690억원. 신한금융이 이미 207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규모 증가 측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러나 신용카드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수익성과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신한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함으로써 발생하게될 파괴력은 엄청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LG카드의 경우 지난해 1조36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640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같은 이익규모가 매각을 앞둔 '특수상황'에서 올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LG카드가 매년 8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돈줄'이라는 데는 금융계의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

글로벌 '넘버1' 금융그룹인 씨티그룹 역시 지난 2005년 말 기준 신용카드 사업부문의 순이익이 41억2700만달러(2005년 말 기준)로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때문에 신용카드 부문이 그룹의 핵심으로 대접받고 있다.

LG카드와 신한카드를 합쳐 신한금융이 보유하게 될 1617만회원(중복회원 포함)의 데이터베이스(DB)는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DB의 경우 'A라는 고객이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에서 어떤 물건을 구입했다'는 식으로 고객의 구매패턴이 정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다른 어떤 DB보다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카드 홍성균 사장은 "이번 LG카드 인수전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신용카드 비즈니스가 금융권의 중요한 영역으로 성장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