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의 인드라 누이(50·여)가 세계적인 청량음료업체인 펩시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인도에서 태어나 1978년 미국에 유학온 지 28년 만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펩시는 스티브 레인먼드 이사회 의장 겸 CEO(58)가 은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인드라 누이 최고재무책임자(CFO)겸 사장을 차기 CEO로 선임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누이는 오는 10월부터 펩시의 CEO로 일하게 된다.

이로써 누이는 여성 CEO로는 가장 큰 미국 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으로 등극하게 됐다. 현재 미국 500대 기업 중 10개 기업의 CEO가 여성이다. 이 중 펩시의 시가총액은 1044억달러로 2위인 크래프트 푸드(557억달러)보다 월등히 많다.

누이가 돋보이는 것은 인도출신 여성으로 백인들의 장막을 뚫고 세계적인 기업의 CEO 자리에 올랐다는 점. 누이는 인도의 중산층에서 태어나 자란 뒤 예일대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1978년 미국에 왔다. 이후 존슨앤드존슨 모토로라 ABB를 거쳐 1994년 수석 부사장으로 펩시에 입사했다. 2001년 CFO 겸 사장에 올랐으며 5년 만에 CEO에 선임됐다. 미국에 온 지 28년 만에,펩시에 입사한 지 12년 만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게 된 셈이다. 그는 1990년 미국시민권을 획득했지만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인도인의 뿌리를 유지하고 있다.

누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게 된 것은 전공인 전략기획업무 및 기업구조조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덕분으로 평가된다. 그는 펩시의 식당 부문과 병제조 부문을 분사하고 주스회사인 트로피카나를 인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01년에는 138억달러를 들여 퀘이커 오츠를 인수하기도 했다.

헤드헌터들은 이런 능력을 높이 평가,몇 차례나 그를 스카우트하려 애썼다. 펩시는 그러나 수백만달러의 스톡옵션을 주고 그를 붙잡았다.

개인적으로도 누이는 상당한 매력을 지닌 것으로 얘기된다. 그는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팝송 마니아다. 예일대 대학원 시절 여성록밴드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노래부르기를 즐긴다. 작년 펩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인도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인기 가요인 '데이오(Day-O)'를 열창,직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깜짝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날카롭고 기지넘친 위트도 갖고 있어 직원 장기자랑에서도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에서는 여느 남성 못지않게 철두철미하다. 때론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직원들의 잘못을 지적하는가 하면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유도해 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보스'로서의 자질은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게 사내의 평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