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항공요금으로 20만원(유류할증료 제외)만 쓰면 중국을 다녀오는 시대가 열렸다.

지난달 열린 한국과 중국 간 항공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주 204회(33개 노선)였던 운항 편수를 401회(43개 노선)로 2배 가까이 늘리기로 합의한 뒤 중국 항공사들이 한·중 노선의 운임을 절반 수준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도 일부 노선의 요금을 낮추기 시작한데다 인천시가 한·중 노선을 오가는 저가 항공사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한·중 항공노선 운임 인하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중 노선 유류할증료는 왕복 기준 25달러(약 4만7600원) 선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동방항공은 칭다오∼인천 간 항공운임(왕복)을 지난달 28일 40만원에서 24만원으로 낮춘 데 이어 10일부터 20만원으로 재차 인하했다.

옌타이∼인천은 45만원에서 24만원,싼야(하이난다오)∼인천은 55만원에서 26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이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의 서울∼제주 간 성수기 왕복 운임인 18만5800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최근 여행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칭다오 등 한·중 노선의 할인 항공권이 18만원 내외의 가격에 나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주노선과 한·중노선 간의 '가격 장벽'은 이미 무너진 셈이기도 하다.

동방항공 관계자는 "이들 구간은 평소 탑승률이 100%에 가까워 좌석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지만 한국과 중국 간 항공자유화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선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동방항공은 최근 칭다오∼인천과 옌타이∼인천 항공편을 주 4회,9회에서 각각 30회로 늘리고 회원 카드를 소유한 고객이 왕복 기준으로 9번 탑승했을 경우 비즈니스석 1회 무료 왕복 항공권을 주는 프로모션까지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항공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부터 35만원인 옌타이∼인천 요금을 2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으며 다른 노선에서도 운임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구체적인 가격 인하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미 "앞으로 중국 여러 노선에서 공급 증대 및 경쟁 심화가 예상됨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곧 가격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배우성 동방항공 기획홍보실장은 "다른 중국 항공사들도 내달께 요금을 대폭 인하하는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조만간 10만원대에서 중국과 한국을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이 한·중 노선을 오가는 항공요금을 잇달아 인하할 경우 항공기 이용 승객의 비중이 절대적인 제주도 지역 등 국내 관광지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한국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비행기삯이 엇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중국 여행이 국내행보다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