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숙씨(30)는 해피랜드,파코라반 베이비,프리미에 쥬르 등 5개 브랜드로 유아복과 유아용품을 생산·판매하는 ㈜이에프이(옛 해피랜드·대표 임용빈)에 신생아 턱받이와 속싸개(신생아를 감싸는 수건) 등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성민사'의 사장이다.

작년 11월 셋째 아이를 출산한 황씨는 이에프이로부터 출산 및 육아지원금 300만원(실 수령액 270만원)을 받았다.

작년 7월 본사에 들렀다가 우연히 외주과 직원으로부터 출산장려금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믿지 않았다.

"본사 직원도 아닌데 정말 지원금을 주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황씨는 "신청을 통해 육아지원금을 받고 보니 협력업체도 마치 한 가족처럼 대해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한다.

이에프이는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 붐을 타고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듯 했던 국내 출산율이 몇 년째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40만명의 신생아가 '사용자(user)'의 대부분인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원 선.이에프이가 업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지만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위기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 회사는 본사 직원 452명 중 220명이 여성이다.

20~30대 가임 연령층이 많아 당장 기업 내부에서부터 출산 장려 방안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시작한 출산 장려 운동이 바로 지난해 시작한 '플러스 원 캠페인'이다.

셋째 자녀를 출산하는 직원에게는 누구나 300만~500만원까지 육아지원비를 지급키로 했다.

특이한 점은 이 같은 제도를 본사 직원들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전국 700여개에 달하는 직영 체인점과 매장(백화점 포함)의 판매직원은 물론 대리점주,협력업체 직원들에게까지 확대한 데 있다.

각종 의류부터 기저귀,유모차,유아용 카시트,보행기에 이르기까지 3000여종이 넘는 제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만 약 150개에 달해 출산 및 육아지원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무려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까지 지원금을 직접 받은 인원은 7명.2명이 본사직원이고 3명은 대리점주,2명은 협력업체 직원이다.

근속연수 및 거래연수에 따라 대부분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고객을 위한 출산장려책도 빼놓지 않았다.

세 자녀 이상 출산한 고객이 주민등록등본이나 의료보험증 사본 등을 통해 자녀 출생 연도와 명수를 확인해 주면 '플러스 원 카드'를 발급했다.

올 6월 말까지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 수는 1만1865명으로 이에프이 전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할 때 언제나 3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주머니 사정에 민감한 신세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 고객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캠페인들로 회사가 지불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지난 5월 한 달만 살펴보면 '플러스 원 카드'로 발생한 총 매출은 약 5억원(최종 소비자가격 기준).이 중 30%를 할인 판매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한 달간 1억5000여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여기에 카드 시스템 구축과 이를 위한 직원 서비스 교육비를 추가해야 한다.

회사측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인력과 자금이 투입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출 증가라는 더 큰 '열매'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4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이 올해에는 그보다 300억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플러스 원 카드 도입 이후 고가 브랜드 매출이 증가하는 데다 중국 쪽 수출이 활성화된 덕분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아복 매출은 2001년 3396억원에서 2005년 2975억원으로 떨어져 5년간 12.4%나 감소했다.

김창남 이에프이 전력기획이사(46)는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 증가한 것은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회사 이미지를 끌어올린 점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