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풀타임 맡긴 베어벡 감독에 추가골로 화답


'패트리어트' 정조국(22.FC 서울)이 베어벡호의 새로운 해결사로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정조국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충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대만과 원정경기에 중앙 포워드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전반 10분 대만 수비수가 미적거리자 문전으로 달려들어 볼을 빼앗은 뒤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손에 걸려 아웃됐다.

24분 장학영(성남)의 크로스를 논스톱으로 연결했지만 이번에는 발에 빗맞았다.

36분엔 골 지역 왼쪽에서 완벽한 찬스를 잡고 골문을 겨냥했으나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그 사이 선배 안정환이 선제골을 뽑았다.

역시 '경험이 재산'이라는 말을 떠올릴 만 했다.

하지만 정조국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안정환을 제 포지션인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돌리고 자신을 센터 포워드로 세워준 핌 베어벡 감독의 부름에 뭔가 화답해야만 할 때였다.

후반 8분. 이을용(FC 서울)의 크로스가 커브를 그리며 날아오자 이번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골 지역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며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시원하게 네트를 갈랐다.

A매치 5경기 만에 첫 골을 뿜어낸 순간이었다.

사실 정조국은 이미 2001년부터 베어벡 감독의 눈에 들었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히딩크호에 최성국(울산), 여효진과 함께 훈련 파트너로 뽑혀 쟁쟁한 선배 태극전사들과 함께 월드컵을 준비하는 영광을 일찌감치 맛봤다.

청소년대표팀에서도 간판 킬러로 명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슬럼프가 찾아오기 시작했고 올림픽대표팀에서 배제된 뒤 소속 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잃었다.

덩달아 자신감도 잃어갔다.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했지만 안정환, 조재진(시미즈)이 버티고 선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정조국은 5년 만에 다시 베어벡 감독의 부름을 받고 1기 베어벡호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뒤 이글거리는 태양을 벗삼아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 그라운드를 달궜다.

베어벡 감독은 '달라진 패트리어트'에게 칭찬을 하기 시작했고 대만전 원정 명단에 포함되더니 예상을 뒤엎고 선발 라인업에도 포함됐다.

"그동안의 침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 축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정조국은 비록 약체 대만을 상대로 한 일전이었지만 A매치 데뷔골을 작렬하면서 베어벡호의 킬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쟁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된 셈이다.

(타이베이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