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타파해야 할 관습으로 꼽히는 인맥을 사이버 세상에서 역이용해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이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다.

이 회사가 서비스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의 저력은 대단하다.

국내 인터넷 인구 3300만명(인터넷진흥원 집계) 중 1800만명이 '싸이질'을 할 정도다.

며칠 전엔 한국 인터넷 업체로는 처음으로 인터넷 본고장인 미국까지 진출했다.

싸이월드에서 제공하는 개인별 홈페이지인 '미니홈피'는 1인미디어의 대명사가 됐고 '오픈국어사전'에도 등재됐다.

사이버 인맥인 '일촌'과 사이버머니 '도토리' 역시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는다.

인터넷 시장의 두 축인 검색과 게임 대신 '인적 네트워크'라는 블루오션을 택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전략은 적중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2년 11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SK텔레콤의 PC통신 서비스였던 '넷츠고'와 '라이코스'를 통합해 만든 포털 사이트 '네이트닷컴'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인터넷 서비스 업계에 뛰어들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인 싸이월드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벤처기업인 싸이월드는 자금난에 부딪혔고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던 SK커뮤니케이션즈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취약해 고심 중이었다.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찾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는 회원 300만명의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과 벤처기업의 튀는 서비스를 결합한 것.그 결과 싸이월드 인수 두 달 만에 네이트닷컴은 포털 3위로 올라섰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4년에는 게임포털 '땅콩'과 1인 퍼블리싱 미디어 '페이퍼'를,2005년에는 신개념 블로그 '통',2006년에는 '싸이마켓' 등을 내놓았다.

올 3월엔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와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를 인수했다.

이제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인터넷을 이용해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1인 미디어의 대명사가 됐다.

사진 글 동영상 등 콘텐츠를 올려 미니홈피를 꾸미고 일촌을 방문하는 일은 이제 우리나라 젊은이의 일상이 됐다.

온라인 세상에서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도 싸이월드의 공이 컸다.

SK커뮤니케이션즈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네이트온' 메신저다.

2년 전에야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트온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제왕으로 군림해 온 MSN 메신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지난해 3월 1위에 올랐다.

지금도 왕좌를 굳게 지키고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연동할 수 있는 점이 네이트온의 강점이다.

현재 SK커뮤니케이션즈는 고비에 서 있다.

미니홈피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지향적 수익모델을 찾으려면 약점인 검색과 게임을 보강해야 한다.

그래서 승부수를 띄웠다.

1년간 공 들여 검색엔진을 자체 개발해 이달 말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길재 검색사업부장은 "로그인 비율(로그인 상태에서 검색하는 사용자 비율)이 70%나 되는 싸이월드 장점을 살려 네이버 지식인과 차별화되는 검색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니홈피에 큰 변화가 없고 네이버 블로그에 추격당하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올 하반기에 웹2.0에 맞춘 새 미니홈피를 내놓는다.

'C2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이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게임에도 도전한다.

최근 게임 자회사 SK아이미디어를 설립했고 직접 개발한 게임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시장 정체를 저돌적인 해외 진출로 뚫겠다는 것이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생각이다.

지난해 중국와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16일에는 인터넷 이용자가 1억7000만명이나 되는 미국에서 상용 서비스에 나섰다.

대만에서는 작년부터 시범 서비스 중이고 지난 6월엔 독일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심스럽다.

중국의 경우 진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회원 수 증가에 비해 수익 창출 속도가 느린 게 문제다.

우리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미국 진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마이스페이스닷컴이 싸이월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몇년 후 미국 네티즌도 귀여운 분위기와 구성 등 '싸이질'의 매력에 빠질지 모르는 일이다.

앞선 서비스와 차별화된 비즈니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인터넷 업체가 되는 게 SK커뮤니케이션즈의 목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