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로얄파트너스 사장(48).미국 뉴저지주 레오니아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미국 지도가 우선 눈에 띈다.

각종 와이셔츠와 넥타이도 빼곡하다.

그가 직업이라고 밝힌 세탁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세탁소를 유통망으로 활용해 맞춤셔츠와 넥타이 등을 팔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뿐만 아니다.

이 사장은 세탁소를 직접 인수해 체인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동네 세탁소'를 '기업형 세탁업체'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런 발상은 그의 이력과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아더앤더슨에 근무 중이던 1997년 SK그룹에 스카우트됐다.

적자로 허덕이던 케이블 방송 '마이TV' 사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99년 '한국골프채널(현 SBS골프채널)'로 바꿔 흑자를 낸 뒤 SBS에 넘겼다.

그 뒤 2002년까지 구조조정 및 투자회사를 설립,경영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전문가답게 가내수공업에 머물던 '세탁소'를 '세탁업'으로 변화시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인 교포들이 많이 운영하는 세탁소는 '단골' 장사다.

대부분 동네에 있는 만큼 신뢰관계도 중요하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세탁소의 유통 체인화다.

세탁소에서 맞춤형 와이셔츠 등을 직접 파는 것이다.

세탁소에서 손님들의 치수를 재서 주문하면 셔츠를 만들어 보내는 방식이다.

"손님은 편리해서 좋고 세탁소는 판매수수료(20∼25%)를 챙겨서 좋다.(마이크 브라운 파라무스 세탁소 대표)"

이 사장은 이를 위해 '노블레스 커스텀 셔츠(Noblesse Custom Shirts:www.noblelesscustom.com)'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2003년 가을부터 실시해 본 결과 성공적.핵심은 얼마나 많은 세탁소를 가맹점으로 확보하느냐 여부다.

현재 확보한 가맹점은 203개.이 사장은 내년 말까지 3500개로 늘린 뒤 중장기적으론 전국 6만여개의 세탁소 중 2만여개를 유통체인화할 계획이다.

현재 월 평균 주문량은 셔츠 1200장.한 장에 평균 100달러를 잡으면 월 매출은 12만달러에 달한다.

이 사장은 "다량의 질 좋은 제품을 빨리 공급해 줄 수 있는 의류제조업체를 확보할 때까지는 주문을 억제하고 있다"며 싫지 않은 표정이다.

이 사장은 세탁소를 '세탁업 체인'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여러개의 세탁소를 가질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이를 위해 만든 것이 '올개닉 세탁소체인(Organic Cleaners)'.지난 6월 '에지워터점'을 연 데 이어 7월엔 '리지우드점'을 개장했다.

미국의 세탁소는 6만여개에 달한다.

이 중 60%를 한인교포가 경영하고 있다.

동부지역(1만3000여개)의 경우 90% 이상이 한인 소유다.

이민 1세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바로 세탁소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사정이 변했다.

세탁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대형 문구체인인 스태이플(Staples)이 2억달러를 투자해 40여개의 세탁소 직영점을 내는 등 미 대기업들도 세탁업에 뛰어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구상이 '세탁업 체인'이다.

이 사장은 "5∼6개의 세탁소를 체인화해서 공동 경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세탁업을 현지 기업에 빼앗기지 않고 2세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 보자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를 아직 속단하긴 힘들지만,그에 의해 '세탁소'가 '세탁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 성공이민 5계명 ]

○현지인을 목표로 삼아라=교포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지인,즉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구상하는 게 좋다.

○이민목적에 맞는 업종을 골라라=자녀교육을 위해 이민왔으면 그에 가장 적합한 업종을 골라야 한다.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조차 없는 업종을 선택한다면 이민온 의미가 없다.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라=잘 모르겠으면 선배 이민자들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게 낫다.

이들의 말을 참고하면 득이 된다.

○서두르지 마라=너무 조급하면 곤란하다.

차분히 준비하라.아울러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가능한 한 빨리 떨치는 게 좋다.

○위험은 가능한 한 피하라=이민 초기엔 종자돈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잘 알지 못하는 업종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모험은 삼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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