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입찰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오후.서울 모처에서 신한금융지주 LG카드 인수팀의 비밀회의가 열렸다.

하나금융과 MBK파트너스가 전격 손을 잡고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데 따른 대책 마련 자리였다.

신한지주의 우영웅 부장과 이태경 부부장,자문사인 UBS의 한국 담당 임원,신한에 1조원을 베팅한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인 서울Z파트너스 김동건 대표 등이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이 각각 자체 정보망을 통해 얻은 첩보를 공개했다.

하나금융-MBK 컨소시엄이 예상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일순간 긴장이 흘렀다.

지난 1년간의 준비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분위기를 짓눌렀다.

이들은 하나측의 예상 입찰가 산정에 나섰다.

하나와 MBK의 펀딩 소스(자금조달처),규모를 파악한 뒤 그들이 얼마를 써낼지 파악하는 과정이었다.

이 결과 하나-MBK가 LG카드 지분 90%를 인수할 경우 6만8000원까지 써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분석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전달됐다.

라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0일 입찰 마감 10분을 남기고 '주당 6만8540원'의 입찰가를 써낼 것을 지시했다.

신한이 박빙의 차로 하나-MBK를 제치고 LG카드를 품에 안을 수 있었던 이유다.

신한은행의 LG카드 인수 성공 드라마에는 라 회장과 이인호 사장 외에 이처럼 숨은 공로자들의 역할이 컸다.

신한지주 인수팀은 서진원 신한지주 부사장의 지휘 아래 우 부장,이 부부장,이정빈 과장 등의 라인으로 짜여졌다.

인수 실무작업뿐 아니라 정보수집도 이 라인으로 일원화했다.

그룹 계열사 임직원이 건져오는 시시콜콜한 정보들까지 매일 집약돼 보고됐다.

이번 신한의 LG카드 인수가 '정보전의 승리'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이들은 LG카드 인수전이 본격화된 지난 4월부터 피말리는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것은 일쑤.입찰 마감 일주일간은 아예 집구경을 못 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주역이라면 UBS와 서울Z파트너스 등은 빛나는 조연이었다.

UBS의 경우 자문사를 맡아 인수전의 기획부터 입찰서류 준비까지 모든 실무과정을 신한과 같이하며 승리를 도왔다.

서울Z파트너스의 김 대표는 미국 월가에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 및 뱅커로 활약하며 50여건의 M&A 딜(계약)을 지휘한 경험을 살려 하나 측의 예상 입찰가를 역산해 내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또 신한과 힘을 합쳐 국민연금 외에 우정사업본부,대한지방행정공제회,새마을금고 등을 끌어들여 일찌감치 순수 토종자본으로 인수 진용을 완성하는 데도 일조했다.

신한의 승리가 공식 선언된 16일 저녁.라 회장과 이 사장,그리고 서 부사장을 비롯한 실무라인이 오랜만에 넥타이를 풀고 그동안의 긴장감을 폭탄주로 씻어냈다.

라 회장은 손수 제조한 폭탄주를 일일이 건네며 '수고했다'는 말로 노고를 치하했다.

LG카드 인수전의 숨은 주역들에겐 승리 자체가 세상 어느 것보다 큰 선물이었다.

유병연·송종현 기자 yooby@hankyung.com